“그래서 어쩔건데….”
“뭐?”
“왜! 맨 날 엄마 마음대로 하냐고!!”

큰 딸아이 볼맨 소리가 오늘도 담장 밖을 넘고 있다. 한숨 고르고 눈 한번 감았다 떠 보지만 화가 좀처럼 삭여지지 않는다.

큰 딸아이도 독기 오른 뱀처럼 고개를 곧추 세우고 그 작은 눈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다.
그 작은 턱을 팔작지붕처럼 높이 쳐들고 두 팔을 꼬아 겨드랑이에 낀 채 씩씩거린다. 그 모양이 하도 우스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피식 웃는다.

그 때 작은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작은 애가 언니를 도와준답시고 한 소리 거든다.
“엄마, 언니 사춘기래.”
“뭐? 사춘기 같은 소리하네. 야, 네가 사춘기면 난 오춘기다.”
말도 되지 않는 억지로 대꾸하고 말았다.
오늘 싸움은 내 참패다. 사춘기란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사춘기라….
사춘기(思春期)의 사전 풀이는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만한 나이, 신체적인 성숙이 거의 완성되는 시기로 15 ~20세에 해당함’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겨우 12살인데 벌써부터 저리 까칠하게 굴면 나이먹은 엄마는 어찌하라고.
딸아이는 사춘기(思春期)로 엄마는 갱년기(更年期)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말이다. 참! 산 넘어 산이다.

현대엔 많은 위험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무서운 위험이 ‘오래 사는’ 위험인 것 같다. 평균수명이 80세로 가고 있는데 40세가 되면 어디에서나 퇴물취급을 받기 일쑤다. 자신만만한 젊은 후배들과 함께 하노라면 왠지 주눅 들기 십상이다. 요즘 아이들이 인간이 아닌 싸이보그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일까?

청년기에 배웠던 모든 지식들은 시간의 가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소진하고 마는 이 느낌! 그래서 동떨어진 우주에서 살아남기처럼 안간힘을 쓰다보니 사는 재미가 점점 줄어들어 힘들기까지 하나보다.

이렇게 경제도 어렵고 정신까지 힘든 이 때에도 부안의 많은 아줌마들이 제 2의 인생을 위해 많은 시간들을 자신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대학과 연계하는 학위와 자격취득에 우선을 둔 교육에 과감하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부안의 미래가 밝아보여서 살맛이 난다.

‘살겠네!’보다는 ‘아이고! 죽겠네!’로 아우성치는 이때 사춘기에 내 마음도 나도 몰라 하는 내 딸아이처럼 우리도 제 2의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제2의 사춘기인 갱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50~80세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지가 훤히 내다보인다.

빨라진 딸아이의 사춘기처럼 우리의 불안한 노후도 어느 순간 우리의 곁에 와 있다. 우리가 사춘기의 불안한 그 시기를 슬기롭게 보냈던 것처럼 제 2의 사춘기인 갱년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한 토막 더 남은 우리의 시간들을 위해서 새로운 공부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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