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은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서울시장으로 재임 시부터 조직적인 팀이 만들어져 장기간에 걸쳐 계획하여 대운하건설타당성이 일견 돋보이나 사람의 하는 일이란 항상 무언가 허전함이 있게 마련이다.

국가적인 대규모 토목사업의 타당성은 문제가 없다고 추진하더라도 항상 뒤탈이 있어온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금방 잘 살 것 같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여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장밋빛은 퇴색하고 문제점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하여 나중에 가서는 계속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정말 국민들로서는 헷갈리게 만든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새만금이다. 이제는 투자한 돈이 아까워 계속해야 된다는 논리로 끌어가고 갯벌을 막고 그 위에 두바이와 같은 새로운 신도시를 세우면 마치 중동의 부가 다 우리한테 몰릴 것이고 동북아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 이제는 착각을 넘어 환영을 강요하는 듯하다.

서해안의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각 지자체마다 동북아의 중심이라고 입간판을 내걸지 않는 지자체가 없을 정도로 다 자기 지자체가 동북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선전을 하고 있으니 서해안 전체가 동북아의 중심이 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냉철히 생각해보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실질적인 면에서 따져 보면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은 선전구호임을 알 수 있다.

새만금에서 갯벌이 막아지고 두바이와 같은 신도시가 건설되려면 인천의 송도신도시가 건설되고 포화상태에 이를 때 자연적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만금 아니면 충남의 연안지역이거나 북한의 황해도나 평안도의 연안지역이 자연스럽게 신도시 건설후보지로 등장할 것이다.

이 당선인의 대운하계획은 얼핏 보면 국토의 대동맥을 이제는 수로를 확보하여 화물의 이동을 원활히 하는 청사진으로서 이해된다.

네덜란드나 독일과 같이 본래 광활한 평야가 있는 나라에서는 물의 흐름이 완만하고 옛날부터 수로를 이용한 문화가 발달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산지에 따른 기후변화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에서는 부적합하다.

실생활에서 물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물을 이용하지 않고는 물자의 이동이 제한될 수 밖에 없었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대운하의 건설은 또 하나의 정치논리로 사업이 시작된다는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물류의 이동이 가장 많은 서울과 인천의 물류의 이동을 수로를 이용하여 해결하고자 시작한 경인운하공사는 그동안 환경단체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도 투자가 되지 않아 하는지 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지 부진하다.

이는 수로가 완공시에는 충분한 물류의 확보로 경인운하의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시작하였지만 자연적으로 발달한 육상을 통한 물류에 비해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도 이와같은 운명을 맞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운하건설 찬성론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고 오히려 수질을 좋게 한다는 주장이다. 운하를 만들면 운하 내에 체류하는 기간이 5일이라서 지금보다 훨씬 수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여름 풍수기에는 맞을지 몰라도 가을부터 초봄까지 갈수기 때에는 맞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하구둑에서 보듯이 거의 물을 흘려 보내지 않고 가두어 농사에 활용하는 것을 보아도 자신의 주장이 유리한 때에만 체류시간을 계산하는 교활함을 보이고 있다.

하물며 추풍령을 관통하는 50km의 폭 200m, 깊이 6m의 운하건설은 우리나라 자연환경을 기계의 힘으로 완전히 무너뜨려 난도질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안댐 하나를 건설하여 산골짜기에만 물을 가두어 놓아도 그 인근지역은 안개로 인하여 농사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어 당국에서는 매년 동네마다 보상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새로 들어설 정부는 540km의 경부운하와 140km의 충청운하, 영산강을 중심으로 한 호남운하를 만들고 필경에는 북한의 원산과 신의주를 있는 경의운하까지를 잇는 대역사를 시작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모양이다.

토목전문가인 이 당선인은 능히 그렇게 계획하고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 정치적인 논리로 밀어붙였던 다른 대형국책사업과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대운하 계획은 자기 임기 내 과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는 자기조급증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환경의 시대이고 문화의 시대이다. 건설로 세우고 옛것은 다 없애버리는 새마을운동의 시대가 아니다. 50년 전에 “잘살아보세”하면서 탱자나무울타리, 향나무울타리를 다 걷어내고 그 자리에 벽돌담을 쌓았지만, 남아있는 시골 산간마을의 그 담들은 지금은 더 지저분한 모습으로 우리 환경을 망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얼마 전 대운하사업을 국민세금으로 하지 않고 100% 민자사업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 또한 얼마나 정책공약이 과시적인 것인가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정녕 국가의 장래와 국부에 도움이 된다면 마땅히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을 하여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도록 하여야 할 것 아닌가? 민간 건설업자들이 건설 뒤 손해를 보게 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건설업자들만 살 판 났다. 공사가 진행되면 모래판다고 돈 받고, 파낸 모래 팔아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얼마나 쉬운 장사인가? 혹시 모래 판돈을 공사비에 포함시켜 원가계산을 한들 수익만 있다면 마다할 리가 없다. 덤으로 강을 의지하여 살아가던 민초들은 역세권개발이란 명목으로 새만금어민들과 같이 이리저리 떠도는 현대판 유랑민들이 되고 개발업자들만 배불리지 않겠는가?

이 당선인의 대운하사업이 한가지 좋은 점은 있다. 수자원확보라는 명목으로 바다와 강을 막아버린 하구언을 튼다는 점에서는 환영한다. 하지만 자연하천에서 인공하천으로 그것도 청계천처럼 가운데 흐르는 물과 석벽만이 도열한,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무미건조한 개발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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