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계화면에서 주최한 새만금 관련 토론회가 있었다. 사실 면단위 행정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토론회를 마련해 개최한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또 앞으로도 지역주민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위’에서 뭔가 내려오길 기다리지 말고, 작은 마을차원에서라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토론회가 열린 뒤 여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내외빈 소개가 한 30분가량 이어졌다. 군의원, 군수, 도의원과 함께 여러 민간단체 대표들이 인사를 한다.

이 손님소개라는 것은 토론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소위 ‘관례’니까 여기까지도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청중들이 안타깝다.

여하튼 그럭저럭 전주와 익산에 있는 대학의 교수들이 중심이 된 발표가 시작될 차례였다. 좌장이라 불린 노장격 대표교수 한 분이 발표와 토론을 주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분이 교수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주민들에게 인사시키는 가운데 아주 이상한 말을 꺼냈다.

“이 분들은 각 분야에서 훌륭한 전문가들이다.” 여기까지는 뭐 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럴 수 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사실 여기까지 오실 분들이 아니다.” (!) 하는 말이 이어졌다.

이 말은 발언 앞 뒤의 정황이나 어투로 보았을 때, ‘이렇게 시골구석까지 와준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라는 의미로도 읽히기에 충분했다.

순간 졸리던 눈이 번쩍 떠졌다. 어떻게 저런 발언이 가능할까. 자만인가 경멸인가. 아님 둘 다 섞인 건가.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꼬리를 잡고 늘어지자는 게 아니다.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우선 돈, 명망, 인맥, 언론 등 힘이 집중돼 있는 도시중심 구조가 문제겠다. 하지만 이 구조는 ‘여기’에서 그것을 받들어 모시는 오래된 문화와도 관련이 없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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