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겨레신문에서 부동산 ‘감수성’과 대통령 당선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칼럼을 의미있게 읽었다.

주택 재산세에 따른 득표율 차이의 추이를 설명하는데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기운이 강하게 나타났다. 집값이 높은 지역은 길게 보면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 2006년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권역은 3.3㎥(1평)당 2473만원이고 가장 낮은 권역은 962만원이다. 이 두 권역의 지난 6년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각각 181%와 84%다.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사람들의 부동산 감수성이 활성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건설회사 대표 경력으로 잘 알려진 대통령 후보자는 그 자체로 쉽게 사람들의 부동산 욕망을 촉발했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부동산 부자들과 교육문제에 예민한 유권자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쏠린 하나의 경향을 설명해주고 있다.

다음달 25일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경제, 성장, 개발정책을 펼치겠다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통일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통폐합하고, 대학입시는 대학에 맡기고, 자립형사립학교를 많이 세워 경쟁력있는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경부운하는 민자(民資)를 끌여들어서라도 건설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약육강식의 시장논리로 무한경쟁, 기업주도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 그것도 속전속결로 임기 내에 다 이뤄놓겠다는 듯이 기염을 토하고 있다. 어불성설(語不成說), 한마디로 난센스다.

미국의 공화당 정부는 무기제조회사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서 정권을 잡으면 세계곳곳에 전쟁을 일으켜 무기를 판매하여 기업의 이익을 챙긴다더니, 새로 들어설 정권은 건설회사와 연계되어 전국을 토목공사장으로 만들 모양이다. 새는 두 개의 날개로 날고, 사회는 진보와 보수라는 두 개의 가치 논쟁으로 균형적인 발전을 한다.

개발과 환경, 성장과 분배, 물질과 정신, 세계화와 지역화, 국제문제와 민족문제등 상반되는 두 개의 가치가 서로 갈등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조화와 균형을 이뤄내는 게 삶의 지혜이고, 현실 정치의 지향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오늘의 현실을 보면, 상대방의 완전항복을 받아내려는 듯 일방적이어서 안타깝다. 마치 외발 자전거를 타는 곡예사를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인권을 외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입성했던 참여정부에서도 시행착오와 실정(失政)으로 많은 실망을 했는데, 드러내놓고 ‘친기업정부’ ‘친미일정책’을 펼치겠다는 새 정부를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가볍지 않다.

개똥같은 내일이야 / 꿈 아닌들 안 오리오 마는 /조개속 보드라운 살 바늘에 찔린 듯한 / 상처에서 저도 몰래 남도 몰래 자라는 / 진주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이야 / 꿈 아니곤 오는 법이 없다네.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기에 예언자로 사셨던 늦봄 문익환목사님의 꿈을 비는 마음의 한구절이다. 우리의 현실이 암울하다 하더라도, 진주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을 함께 꿈꿔보면 어떨까!

무자년(戊子年) 새해, 나눔으로 더욱 풍성하고 행복하시길 바라며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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