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겨울은 매우 춥다. 따뜻한 나라에서 살다 온 내게는 겨울을 지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눈이 자주 내린다.

얼마 전에 많은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모습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밖에 나가 뛰어 놀았고, 우리 가족은 가까운 공원에 산책을 나가 사진도 찍고 눈싸움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살던 고향, 필리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나는 한국에 와서 난생 처음 눈을 보았다. 처음에는 너무나 신기했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은 모습이 너무도 깨끗하고 환해서 눈이 부셨다.

어렸을 적 TV에서만 접했던 하얀 눈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진 모습을 보았을 때 너무나 아름다워 감탄했었다.

나는 즐거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이웃에 가까이 사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한국 친구들도 눈이 오니 기분이 마냥 들떠 있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친구들은 옛날의 추억을 꺼내어 내게 말해 주었다.

한국 사람들은 첫눈이 올 때 첫사랑과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고 한다. 친구들도 눈이 오면 첫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나는 그런 예쁜 추억을 가진 친구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한국에 갓 시집와서 처음 눈을 봤을 때 너무 신기해서 남편과 함께 격포로 나들이를 갔었다. 바닷가의 눈오는 풍경은 너무도 아름다웠었다. 남편과 함께 눈을 맞으며 바닷가를 실컷 뛰놀았다.

눈이 오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너무나 아쉽고 짧은 눈오는 날의 기억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니 더 이상 친구들이 부럽지만은 않았다. 나도 친구들처럼 멋진 추억을 갖고 있는 셈이니까.

비록 남편은 가고 없지만 이제는 눈이 올 때면 내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면서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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