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상 /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

올 발렌타인데이, 살아있는 민주주의 현장, 자본이 주인인 세상이 아니라 민중이 주인이 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세상에 투표관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저는 생애에 드물게 가슴 벅찼습니다. 민주주의 축제를 성공리에 마친 일요일 아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가슴에 다시 뜨거운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민중이 주인인 투표를 행사하기 위해, 겨울철 딸네 아들네 집에서 쉬다 일부러 내려왔다 딸과 며느리의 손을 잡고 서울로 인천으로 가시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터미널이 북적거렸던 것입니다.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핵폐기물 처분장과 핵산업의 치명적인 문제를 집회를 통해 하나하나 깨우쳐가는 부안주민들은 그동안 울분에 사로잡혀야 했지요. 신문을 펼쳐보면 대개 왜곡 날조된 기사들이었으니까요.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할라치면 기역이기주의라며 외면하는 외지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에 부아가 끓었습니다.

하지만 부안은 달랐습니다. 굴업도와 안면도 핵폐기장과 달리 내 지역에 나쁜 시설이라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반대하는 성숙한 운동을 펼쳐오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언론은 참 지독합니다. 그들과 한통속이었습니다. 취재도 없이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부안의 뜨거웠던 민주주의 열기를 전달하는데 참으로 인색했습니다. 지역의 문화와 생명을 지키는 당연한 권리인, 지역이기주의보다 훨씬 성숙한 지역이타주의를 표방하며 핵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행동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언론은 민중의 생각보다 자본의 의중을 먼저 살피고 있으니까요.

중앙의 거대언론은 물론 지방지조차 자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민중을 외면했습니다만, 저는 이제 부안에서 희망을 읽으려합니다. 지역이타주의 정신으로 자본에서 독립한 부안의 목소리를 전하기 시작했으니까요. 희망이 없다면 누가 나서겠습니까.

부안독립신문 창간을 계기로 이제 부안의 희망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음이 지칠 때 찾아와 기운을 얻어가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축하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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