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 24일 12·19 선거를 통해 새로운 부안 군수로 취임한 김호수 신임군수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신임 군수는 취임의 소감과 군정을 이끌어갈 자세와 각오, 그리고 군민화합의 방안 등에 대해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군정 계획과 정책에 대해서는 차후 보다 상세한 논의를 약속했습니다. <편집자 드림>

- 취임을 축하한다. 행정 공직은 처음인데 낯설지 않나

주말 내내 많은 행사와 지역 어른들을 만나면서 알아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군수는 팔방미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고향사람이라 낯설거나 그런 것은 없다. 다만 부안의 현실이 답답한 측면이 있는데 그것을 탈피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스스로 과욕을 부리는 것, 마음이 조급해 지는 것은 좀 있다.

- 해결해야 할 일은 많지만 임기가 2년6개월밖에 안된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4년을 2년반으로 축소해서 일을 다 해낼 수 있는 그런 마음 자세를 갖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도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본인은 근무 시간에 얽매이는 스타일도 아니고 간부들도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 군의 문제를 체계적이지는 않아도 다들 감지하고 있다. 그걸 앞장서서 개선해야겠다는 발전적인 사고를 갖고 임하면 시간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솔선수범으로 공무원들에게 과감한 도전을 요구하겠다"

- 기존의 관료체제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은데

1년 반의 공백기 동안 구심점이 없는 군정이 연출됐다는 점은 시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책임 부서 안에서 문제점을 스스로 자각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만 한다. 매너리즘을 탈피하고 군민들을 위한 봉사의 자세, ‘머슴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필요하다. 다만 지난 시절 군정 공백 때문에 알고는 있어도 하지 못했던 일을 과감하게 도전해야 할 시기다. 지금은 하루 일과를 반복하는 평상시가 아니라 ‘준(準) 비상체제’로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일년 반,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세월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준 비상체제가 필요하다. 그에 따라 공무원도 사고를 전환하고 적극적인 대민봉사 자세로 변해야 한다.

- 구체적인 자극제나 견인 장치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우선 내가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군수가 열심히 하면 그들도 그동안 풀어졌던 자세를 조이고 닦을 것이다. 그들은 공무원들로서의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다만 여건이 어려웠다. 동기부여를 다시 충분히 해주면 분명히 된다고 자신한다. 그런 믿음 없이는 부안의 앞날은 어둡다. 다만 행동으로 옮기는데 있어서 얼마나 될 지 그것이 걱정이다. 잘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 인센티브도 제공해주면서 독려하겠다.

- 호응이 없는 공직자의 경우 불이익도 부여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군민을 위한 머슴이 아니라 자기를 위한 관리라면 그건 공직자로서는 부적격한 사람이다.


"객관적인 전문가로 '화합포럼' 구성"

- 군민화합을 제일 과제로 내세웠는데 실현가능한 방안은

원로, 시민단체, 종교계, 문화계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립각을 세웠던 분들까지도 참여시키겠다. 화합을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도 필요한데 그들이 참여해 화합포럼을 구성하고 화합 무드를 위한 논리적인 배경과 방안을 제공하도록 하겠다. 처음에는 찬반이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도 토론하다보면 서로 접근을 하고 ‘공동선’을 마련할 수 있다.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부안사태와 관련해서 본다면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서 여기까지 왔는지 원인과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희생자와 가해자를 가려 사과를 이끌어내고 물질적, 정신적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인 손실도 컸다. 정부 당국의 책임을 물어 부안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유치되도록 건의하고 압력도 행사해야 한다. 가해자는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피해자도 본인이 심했다고 양보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된다. 지금은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

- 대립이 심한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겠는가

방법은 두 가지다. 당사자들을 모아놓고 화해를 시키는 방법과 객관성을 가지고 논리적인 준비가 된 사람이 화합포럼을 만들어서 결론을 도출하고 당사자들은 이에 대해 동의하는 방식이 있다. 이 중에서 후자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중간에 대리인이 나서서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고 하는 것보다 낫다. 당자자들끼리 해결하라고 하면 오히려 소리가 커지고 화합을 해칠 수 있다. 가급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당선을 부안군민회의와 연결시키는 것은 부담스럽다"

- 군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신임보다는 부안군민회의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보는데

부안군민회의는 정치집단이 아니라 순수한 민간단체다. 그들의 의도를 충정으로 봐야 한다. 그들이 군민 전체의 뜻을 대변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 뿐이지 그들이 중심이 되어 전체를 아우르는 세력은 아니라고 본다. 애초 후보단일화 제안은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명분이 좋아서 수용한 것이었다. 부안사태의 가해자가 재등장하는 것에 대한 반대였지 내가 당선된다는 전제조건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후보단일화는 내가 그들의 소신을 따라준 것이지 그들이 나를 돕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것도 불과 선거 일주일 전에 결정된 것이었다. 후보단일화 이후 그들이 선거캠프에 참여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언해 준 바도 없다. ‘찬핵’을 했던 친구도 나를 도와주기도 했다. 따라서 군민회의를 등에 업고 선거에 참여했다는 것은 아니다. 막판에 후보사퇴 문제로 상당한 진통도 있지 않았나. 그런만큼 너무 선거 결과와 군민회의를 밀착시켜 보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다.

- 일부에서는 군민회의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묻기도 한다

전혀 그런 것은 없다. 군민회의가 나에게 클레임(이의제기)을 걸거나 프로포즈(요구)를 한다든가 하는 것은 전혀 없다. 믿어달라. 그분들을 순수하게 보지 정치 외압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 군민회의에 마음의 빚은 없나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내가 수용을 했기 때문에 성사된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들이 나에게 응낙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글=황형준 기자
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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