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흘렀으나 마음에 남아있는 일이 한가지 있다. 지난 12일 청소년중창제 참가 학생의 소감을 듣기 위해 한 중학교를 찾았었다.

사전에 약속한 담당 교사의 소개로 한 학생을 인터뷰한 후 현관을 나섰을 때 운동장에서 기다리던 동료 기자에게 한 남자가 다가가 말을 걸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지나가던 교사가 낯선 방문객에게 관심을 보였겠거니 짐작하고 가볍게 인사할 생각으로 다가갔는데 분위기는 사뭇 심상치 않았다.

그가 얘기하고자 한 바 요지는 기자가 학교 책임자(교장, 교감) 허락없이 취재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취재 방식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그의 태도는 고압적이었다. 순간 잡상인이나 무단으로 학교 담을 넘은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얘기 좀 하자”며 건물 안으로 함께 들어갈 것을 제안했는데 ‘안내’나 ‘인도’라기 보다는 ‘연행’에 가깝게 여겨졌다. 나의 오해였을까?

계단을 올라 현관 앞에 서 있던 또 다른 한 사람에게 이르러 졸지에 ‘옥외 취조’를 받게 됐다. 그제서야 그가 교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나중에 안 것이지만 함께 있던 사람은 교장이었다). 공교롭게도 나는 그들보다 한 계단 아래에 서서 올려다 봐야했다. 당연히 그들은 내려다봤고. 누군가 멀리서 봤다면 잘못한 학생이 교사에게 훈계를 받고 있는 모습으로 비쳤으리라. 경황이 없어 시비를 가릴 것도 없이 정중하게 사과하고 취재 유보를 약속한 뒤 돌아서는데 이게 대체 무슨일인가 싶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취재 대상은 학교가 아니라 학생 한명이었고 취재 내용은 무거운 학교 문제가 아니라 가벼운 개인 소감이었다. 담당 교사와의 협의로도 불충분한 일인가? 학생과 관련한 일체의 사안은 무조건 최고 책임자의 관리와 허가 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학교 방침이 있다면? 일단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알 리 없는 기자에게 정중히 설명할 일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교육자의 과도한 권위주의가 우려된다. 남의 일이 아니라 학원 민주주의와 학생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우가 아니길 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