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레인코트에~그여인을 잊지못하네’
쿵쿵따 쿵쿵따~앗~ 싸,~쿵쿵따 쿵쿵따~

차창 밖으로 오색으로 물든 산야가 몹시 흔들린다. 마치 어두운 홀 안에서 매혹의 색깔로 우리를 유혹하려는 현란한 조명들처럼 흔들린다.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자니 눈치가 보이고 함께 흔들자니 왠지 낯설고….

해서 열심히 경보하듯이 스텝을 밟고 손을 위, 아래로 흔들어 대니 신이 난다. ‘참이슬’ 한 잔에 노래와 춤이 함께 하니 묵었던 감정도, 힘들었던 일들도 모두 잊어버렸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리면서 ‘우린 한 배를 탔어!’ 하는 동료애가 밀려온다.

뭔가를 함께 했다는 것! 함께 땀 흘리고 춤추며 목청이 터져라 불러대는 노래에서 이제까지 쌓였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라고 느꼈다.

지난 주에 사무실에서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어렵게 시간을 내 함께 한 여행이었기에 신이 났을까? 아니다. 처음엔 이리 빼고 저리 빼고… 억지로 끌려가다시피 한 여행이었지만 소주 한 잔에 이리 용감해져서, 내릴 때는 부안 외곽 한 바퀴 더 돌고 가자고 기사님을 들들 볶아대기도 했다. 그땐 꽤 재미있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면 참 우습다.

가끔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관광지에서의 추태’ 라는 주제로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참 우습다.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인데….

꽃 잔치가 벌어지는 봄에 우리 이웃들은 고단한 한 해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에 봄꽃놀이를 간다. 늦가을 문턱 가을걷이로 들녘을 말끔하게 비워놓고 온 산야가 붉게 물들 때 고단한 몸과 마음을 비우고자 흔들리는 차에서 한 바탕의 놀이를 벌인다.

그 놀이에서 한 해 동안 애써 가꾸고 거둔 것에 대하여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한 우리만의 놀이문화라고 아량있게 보아주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노는 방법도 변하나 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설 때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앞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도 마당이나 골목에서 다 함께 하는 놀이문화에서 게임기와 컴퓨터를 통한 혼자만의 놀이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하물며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놀이란 무엇이 있을까? 노래방, PC방, 노름방…. 그 누군가를 만나도, 그들을 만나도, 혼자이든, 함께든 우리는 만나면 할 게 없다. 오늘은 무엇을 하지?

오늘은 뭘 할까 고민하는 겨울이 왔다. 사랑방에 모여 새끼 꼬며, 아이들과 함께 회초리 끼고 천자문 읽어줄 그런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을마다 웅장하게 세워진 경로당에는 힘없이 심심하게 보내시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 하다. 바로 머잖은 나의 모습이 될 것 같아서….

어른들이 바로 설 때 우리 아이들도 바로 설 수 있을텐데….어른들이 흥겹고 알차게 놀 때 우리 아이들도 바로 놀 수 있을텐데…. ‘잘 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다 함께 고민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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