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도 /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재단 상임이사

“싸우면서 건설하자.” 박정희는 자신의 군사독재를 뒷받침한 반공 이데올로기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이렇게 한 마디 표어로 상징하였다. 우리를 짓누르던 반공이데올로기는 남북정상회담과 남북화해를 통해 상당히 퇴색하였고, 국가보안법마저 폐지된다면 결정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성장 이데올로기는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우리를 괴롭힌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박정희 시대의 고도성장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고, 보수 언론들은 죽은 박정희의 망령을 불러내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성장제일주의는 성장을 대가로 인권탄압, 환경파괴, 계층간 지역간 갈등의 심화, 인간성 파괴 등 참으로 많은 희생을 강요하였다. 그럼에도 그것이 더 많은 빵을 가져다주고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용인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경제는 성장하지만 우리의 삶은 더욱 나빠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세계화와 성장제일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올바른 대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대안은 지역화이다.

다시 말해 지역이 중앙과 세계에 빼앗겼던 경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이 중앙이나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자원과 가치를 활용하여 발전을 추구하고 발전의 성과가 지역 내에 보전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역이 이러한 내발적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주체 역량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점에서 부안에 주목한다. 중앙권력의 탄압과 회유에 맞서 싸워 이긴 부안군민의 반핵투쟁의 에너지가 진정한 지역발전으로 승화되길 기원하고, 부안독립신문이 그 향도 역할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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