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크레인에 매달려 군립도서관 외벽 청소를 하던 일용직 노동자 남병인 씨가 13여미터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처음에 이 사건의 발생 소식을 접한 취재진은 짤막한 단순 사고기사로 처리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일주일간의 취재 과정에서 우리는 이상한 ‘감’을 잡게 됐다.

남씨를 고용한 용역업체 (유)이화, 이 용역업체에 크레인을 제공한 광고업체 우리광고, 용역을 발주와 관련된 부안군 관계자들, 남씨의 유족들 등 사고의 당사자들 모두가 사실상의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측인 유족들의 취재 거부는 당황스러웠다.

취재 경험상 모두가 입을 다물려고 하는 어떤 강력한 배경이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유족을 제외하면, 모두가 침묵하려 든다는 것은 모두에게 무언가를 숨길 필요가 있는 각각의 잘못과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더욱 궁금한 것은 무엇이 살려고 발버둥치던 한 사람의 목숨을 순식간에 허공으로 추락시켰는가 하는 점이었다.

결국 당사자들에 대한 근접 취재는 거의 불가능했고 주변인들에 대한 원거리 취재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취재진의 눈에는 안전장비나 현장 안전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생계를 위해 작업현장으로 내몰리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들어왔다.

또한 이같은 산업재해를 우연한 사고나 단순한 불행 정도로 여기는 지역사회의 안이한 분위기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비용을 줄이려는 데만 관심이 있는 업체나 안이한 사고방식이 산업재해 발발의 온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끝났는데 어쩔 것이냐는 미온한 대응이 아니라 다시는 남씨의 경우와 같은 산업재해가 발생치 않게 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쪽에 관심을 가지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한 노동자의 죽음에서 아무런 교훈 없이 그야말로 ‘죽은 사람만 억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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