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유 공급량의 20%이상 불법유통

이신호 부안수협 조합장이 면세유 관련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기 직전 자살함에 따라 면세유 불법유통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어업용 면세유는 수협중앙회가 단위수협인 부안수협으로부터 수요량을 주문받은 뒤 해양수산부와 협의해서 각 조합으로 배정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부안수협의 면세유 공급량은 휘발유의 경우 3244만 리터다. 실제 조업하는 배의 감척이 늘어나면서 공급량도 2005년부터 매년 10%씩 줄고 있다.

조합에서는 배정위원회를 거쳐 어민들에게 한도량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수협은 유류카드를 소지한 어민에 한해서 면세유를 공급하고 있다.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확인된 어민에게만 공급하기 위해서다.

어민은 선박증, 어업허가증, 신분증 등을 가지고 수협에 신청한 뒤 유류카드를 발급받는다. 2톤 미만의 소형어선의 경우 해상주의보가 없는 날에는 하루에 100리터를 공급 받을 수 있다. 공급량을 배정받은 어민은 수협 지점에 가서 면세유를 신청하고 수협은 출고 지시서 2장을 발행해 준다.

이 출고지시서와 드럼통을 가지고 어민들은 수협 직영주유소에서 면세유를 받아 오는 것이다. 출고지시서 뒷면에는 신분증을 복사하도록 돼있어 주유소에서는 이 신분증을 보고 본인확인후 한 장을 보관하고 기름을 내주고 있다.

신분증을 복사하는 것은 부정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본인이 아니면 면세유를 수령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직계가족에 한해서 위임장을 받고 내줄 수 있다.

직영 주유소는 면세유가 다른 주유소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공급받은 후 곧바로 검은색 착색제를 타고 있다.


일부업자 전국 유통망 갖추고 불법 자행

해양경찰청은 면세유 전체 유통량의 20%이상이 불법 면세유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15일 군산해양 경찰서 관계자는 “전체 공급량의 20%이상이 불법 면세유”라며 “수협 직영체제와 어선 감척 등으로 불법 유통규모는 줄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수협에서 주유소를 직영한 뒤부터는 개인업자들이 어민들로부터 면세유를 직접 받아 착색된 색깔을 뺀 후 인근의 김제, 남원 등 전국의 주유소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부정 유통방법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우선 어선을 가지고 있는 어민들이 리터당 630원에 면세유를 가져와 수집책인 업자들에게 900원에 판매한다.

매집업자들이 부안 외곽지역이나 김제 등 인근 불법 정제공장에 1100원에 넘기면 정제업자는 리터당 200원의 마진을 챙긴 뒤 면세유 색깔을 뺀 후 일반주유소에 1300원대 가격으로 되판다.

수집업자들이 직접 정제하여 주유소로 되파는 경우도 있다. 결국 주유소는 리터당 100원~150원의 마진을 남기면서 1400원~1500원대로 소비자들에게 최종 판매하는 것이다.

주유업계에 따르면 수협 직영체제 이전인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어민들이 면세유 일정량을 돈으로 내주지 않으면 기름을 쓰지 않겠다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부정유통에 가담하는 주유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선박을 소유하지 않은 채 선박증과 어업허가증만으로 면세유를 타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안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16일 “선박을 소유하고 실제 어업행위를 하는 어민에게 면세유가 공급돼야 하나 선박증과 어업허가증만으로 면세유를 타가는 사례도 적발됐다”며 “실수요자에게 면세유를 공급하는 관리 체계가 허술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만금 공사 등으로 갈수록 어업환경이 악화되고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어민들의 면세유 판매가 일반화 돼있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주민들이 소형 어선을 사서 하루에 200리터 공급받는 면세유를 되팔아 하루 8만원 정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0년부터 하루 공급량이 100리터로 줄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큰 매력은 없는 상황이다.

해경의 단속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어민들의 입출항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해경이 민간 대행업자에게 위탁하는 시스템은 면세유 불법유통을 눈감아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비난이 거세다.

무보수직인 민간대행소장이 입출항 신고에 신경쓰지 않을뿐만 아니라 어민들과 짜고 ‘공범’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안군 주유업자들은 경찰단속이 심해 매집을 그만두는 업자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처벌강화 등 전방위 대책마련…효과 미지수

부안읍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최아무개 씨는 “어민들도 업자에게 넘겼다가 벌금을 맞거나 수사당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면세유에 매우 민감해져 있다”며 “요즘은 주유소에 면세유 공급을 문의하는 어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최근에는 본인차량이나 주위사람들 차량에 면세유를 사용하거나 외지차량을 상대로 싼 가격에 팔아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행법상 면세유를 판매하는 어민은 ‘사기죄’에 해당되고 정제 담당자와 운반책은 ‘운반 및 작물취득죄’로 처벌 받는다.

불법판매한 주유소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이라는 죄목이 성립한다.

정부도 내년 7월부터 면세유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가정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2년동안 면세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부정유통을 막기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또 판매업자가 부정유통에 개입한 사실이 적발되면 3년간 일반적인 면세유 취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주유소를 타인명의로 넘기는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양도한 경우에도 판매중단 처분효과는 승계되도록 제도를 고칠 방침이다.

아울러 부정유통에 개입한 농,수협 임직원은 공무원 범죄로 간주해 처벌하고 단위조합에는 감면된 세액의 2배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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