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량 적은 지역, 면세유 의존 높아 가짜어민, 수십척 명의 사서 기름장사

2006년 말 현재 부안의 어선 등록수는 총 2,262대로 나타났다. 1~2톤급이 1,249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그 다음 1톤 미만, 2~5톤, 5~10톤 순이었다. 어업 축소와 정부 시책으로 꾸준히 감척된 결과다.

지역별로는 변산면이 650여척 이상으로 가장 많고 계화면, 진서면, 위도면 순으로 이들이 부안군의 어선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어선에 지급되는 면세유는 휘발유와 고유황 경유인데 전체의 55% 가량되는 1~2톤급의 FRP(250마력)선이 휘발유의 주 수요자다. 불법 사용 및 유통되는 면세유는 주로 상품가치(마진)가 높은 휘발유다.

한편 부안수협에 따르면 부안의 경우 타 지역과 달리 고유황 경유가 지급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저유황 경유의 경우 불법 용도변경 가능성이 높아서라고 한다. 부안수협 스스로 부안군의 면세유 불법 사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면세유 불법 유통 현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교적 조업량이 많은 변산(격포)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조업을 위한 면세유가 부족할 때도 있는 반면 어업이 위축된 곳일수록 조업 대신 ‘면세유 장사’를 하게 된다. 특히 새만금방조제 끝막이 공사 뒤 어장이 고갈되고 있는 계화면의 경우 면세유가 어민 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어민들이 하루 지급받을 수 있는 면세유는 기존 200리터(1드럼)에서 100리터로 줄어들었는데 이를 그대로 중간수집책에 넘길 경우 3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작년에는 직거래 가격이 100리터에 9만원선이었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절반 이상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이를 통해 한달에 많게는 100만원 가까이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데 경제사정이 안좋은 어민들의 경우 생계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어민들은 검열이 나오면 일제히 배를 끌고 바다로 나가 정박하고 있다가 돌아오기도 한다고.

그러나 면세유 불법 유통이 일부 어민들의 생계 자구책으로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조직적인 ‘면세유 사업’이 존재한다. 어업 자격은 없으면서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일부 외부인이 어민들의 어업권(명의)을 매집해 많게는 50여척 가까이 되는 어선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배급받는 면세유를 전부 불법 유통시키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령 어민’이 어떤 지역은 30~40%에 달한다고 한다. 심지어 서류상으로만 선박을 보유한 채 실사 때엔 급히 배를 빌려오는 방식으로 모면하기도 한다.

지역 어민들이 면세유로 생계 보전하는 수준인 것과는 달리 이들은 상당한 경제력과 지역사회 영향력을 바탕으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면세유로 큰 돈을 만지는 부류는 이들과 중간 유통업자들이다.

어민들로부터 수집된 면세유가 유통되는 과정은 철저한 비밀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면세유는 베일에 가려진 중간유통 단계를 건너 뛰어 최종 단계인 주유소에서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판매된다. 김제, 전주 등 전북 지역 주유소 중 일부가 의심을 사는 이유다.

불법 면세유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뇌물, 상납, 로비, 건달, 유착 등이다. 면세유 유통의 말단에 있는 어민들보다는 ‘전문 꾼’들과 정관계 권력자들, 토호세력들의 거대한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면세유 의혹에 수협이 연루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신호 수협 조합장의 자살로 지역사회의 불법 면세유 의혹은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으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효과는 있었다. 얼마 전 배 몇 척을 보유한 누군가는 단속에 겁을 먹고 면세유를 저장하기 위한 100드럼 용량의 지하 탱크를 파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좁은 지역사회에서 촘촘한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면세유 불법 유통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어민들은 이 사실을 쉽게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면세유에 발목잡힌 어민들의 앞날은 하루하루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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