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목표가격 기준 설정에 물가상승 등 고려돼야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도입된 정부의 공공비축미제가 올해로 도입 3년을 맞은 가운데 쌀재배 농가의 소득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농민들 사이에서는 일정한 목표가격 유지와 함께 소득보전 직불금 산정시 지역별 산지 쌀가격 차별화 등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농민들 양곡시장에 떠밀려 '사기'에 무방비 노출되기도

1948년부터 도입된 추곡수매제는 정부가 농민들로부터 쌀을 사들여 가격을 안정시키고 춘궁기에 방출하는 농정의 핵심적인 제도였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조금 제도로 분류돼 2005년부터 폐지되고 이 해부터 공공비축제가 도입됐다.

공공비축미는 한마디로 재해 등 비상에 대비해 정부가 매입해 보관하는 쌀이다. 추곡수매제 폐지와 쌀 가격 하락에 따른 농민들의 반발을 막기위해 쌀소득보전직불제가 함께 도입됐다. 이에 따라 농민들의 최종 쌀출하 가격은 정부의 목표가격(2007년 현재 17만83원)을 기준으로 우선지급금에 수확기 전국평균 산지 쌀값과의 차액 가운데 85%를 합한 가격이다.

문제는 정부의 목표가격 정책이 하향화를 기조로 하고 있는 가운데 시판용 수입쌀 증가, 쌀 소비량 감소 등에 따라 산지 쌀값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하락 추세를 면키 힘들 것이라는 데에 있다.

추곡수매제를 통해 안정적인 쌀 출하가 가능했던 농민들로서는 ‘시장 존재’를 깨닫기 시작하며 하루 아침에 불안한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매입량 자체가 줄었고 시장가격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지역의 경우 지난해 농민들이 민간 양곡업자에게 출하했다가 돈을 떼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높은 매입가격에 끌려 한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에 벼를 내 놓은 79농가가 양곡업자가 지급 능력이 없어 출하가 8억여원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 대신에 민간업자들이 시장에서 힘을 갖게 되자 순진한 농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사건들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농민들이 지적하는 공공비축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목표가격’의 설정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강원과 전북의 쌀값이 같을 수 있겠나?”…제도개선 절실

정부가 설정한 비축미 상한가격에 해당하는 목표가격 자체가 4년전인 2003년의 농가소득을 기준으로 책정한 것인데다 농자재 등 물가상승률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내년부터는 8818원 깎인 16만1265원으로 하향 조정될 계획이다. 농민들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소득이 감소되는 상황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확기 산지 쌀값이 기준이 되는 소득보전직불금도 그 효과가 의문시 되고 있다. 직불금이 많은 공급량으로 쌀값이 가장 낮은 시기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데다 지역별로 시장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전국 평균가격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이와 관련해 김상곤 부안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쌀 생산량이 적은 경기도나 강원도와 곡창지대인 전북이나 전남지역의 산지 쌀값은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지역별 차이를 감안치 않고 평균가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같은 공공비축제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은 목표가격 설정을 현실화하고 산지 쌀가격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방향에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실 이호중 보좌관은 지난 10일 “목표가격 설정에서 생산비와 물가 인상률을 반영시키고 도시와 도별 평균 쌀값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된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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