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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축사] 쇳소리를 내시라백기완 / 통일문제연구소장
하없는 무지개란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무지개는 무지개인데 빛깔이 없는 무지개란 말입니다.

무지개가 빛깔이 없다면 그것도 무지개일까요. 아닙니다. 솟아 오르는 안개가 아니면 김일 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안개를 무지개라고 했을까요. 그 까닭은 너무나 또렷합니다. 무지개라고 하면 틀림없이 멋지고 아름다운 빛깔이 있는데도 그것을 못 보는 눈을 일러 하없는 무지개 그렇게 말을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자못 예술적인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요즈음 눈을 가졌으되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더러운 것인 지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니 오늘의 자본주의 문명은 사람들이 제 눈을 가졌으되 알짜(실체)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앞잡이가 바로 요즈음의 신문·방송 아니겠어요.

그렇습니다. 요즈음은 신문·방송이 앞장서 우리 사람들을 하없는 무지개. 눈 뜬 장님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때 부안독립신문이 나온다는 것은 사람들의 눈을 눈으로 있게 하자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한 부안독립신문에 나는 딱 한가지만 이르고 싶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이여, 딴소리는 집어치우고 쇳소리를 내시라.”

쇳소리라니 무슨 말일까요. 저 이름 높은 박연물떨기(폭포)의 거친 시끄러움과 맞짱을 떠 소리를 얻은 소리꾼이 어깨에다 힘을 주고 내려올라치면 때볕에서 김을 메던 씨갈이꾼(농부)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임마, 소리는 얻었으되 네 소리엔 쇳소리가 빠졌어.”
이때 쇳소리란 무슨 뜻일까요.
일을 해도 해도 알멩이는 다 빼앗기는 이의 노여운 소리입니다. 하지만 그 노여움에 머물질 않고 그 노여움을 넘어서는 소리요, 그리하여 씨앗을 영글게 하고서는 마침내 껍줄을 터는 소리입니다. 아니 그 껍줄을 털어 하제(희망)를 빚는 소리를 일러 쇳소리라고 하지요.

그렇습니다. 요즈음 소리 그러면 오죽 많습니까. 개소리, 흰소리, 썩어문드러진 것들의 헷소리, 뻔뻔스러운 것들의 고얀소리, 약삭 빠른 것들의 속을 거꾸로 뒤집는 거짓소리가 마치 한소리인 것처럼 사람을 어지럽히는 이때 참과 거짓을 갈리치고, 알멩이와 껍줄을 갈라치는 딱 한소리가 있어야 할 게 아니겠어요.

나는 그것을 쇳소리라고 하거니와 부안독립신문이여, 이 땅별(지구)에서 그 아무도 못내고 있는 쇳소리를 내시라. 그렇게 을러보고 싶습니다.

백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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