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나가도 꽃게나 물고기가 거의 잡히지 않아서 어업을 포기하고 무녀도 포구 앞에 정박해 놓은 어선들.

지난 8월 20일, 고군산군도를 찾았다.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면서 정 가운데 위치하게 된 고군산군도는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가 연육교로 연결되어 있고, 신시도, 횡경도, 방축도, 말도 등 20여개의 섬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형국이다.

군산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선유도에 도착했다. 여름 휴가철 막바지여서인지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먼저 선유도와 다리로 연결된 무녀도로 향했다. 무녀도 포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두명의 여성 어민을 만났다. 요즘 어업이 어떻냐는 질문에 한 여성어민은 “해파리가 엄청 많아졌다. 작년에 꽃게가 많이 잡혔는데 올해는 많이 잡아야 10kg, 5kg밖에 안잡힌다. 고기도 전혀 없다. 배 기름값도 안나와서 잘 나가지도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도 “어업으로 수입이 없다 보니 이렇게 관광객을 상대로 올해 음식점을 시작했다.

그런데 고기가 줄고 있다고 소문나니까 민박 오는 손님까지 줄고 있다”며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몇 년전에 환경단체에 반대해서 새만금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서울로 데모하러 갔다 왔다. 1년이 지난 지금은 후회스럽다”며 속내를 털어 놓는다.

또 다른 남성 어민에게 같은 질문을 하니 무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섬 주변에 생태계 변화가 많이 왔다. 물길이 많이 바뀌어 버리니까 물길따라 왔다갔다하는 어종들이 많이 줄었다. 또한 물쌀이 빠른데는 빠르고, 느린데는 완전히 느려졌다. 그래서 뻘이 쌓이다 보니까 거기에 자생하던 바지락도 사라지고 있다”며 “모든게 새만금사업을 하고 나서 이렇게 돼버렸다” 고 말했다.

새만금사업을 시작할 당시 정부측으로부터 이렇게 많은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냐고 묻자 “새만금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피해가 많이 있을지 몰랐다”며 “보상을 천만원 정도 받았는데 1년 수입도 채 안된다. 결국 돈 있는 사람들만 살고 없는 우리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잇다”며 허탈해 했다.

겨울철 김양식용 그물을 준비하고 있는 한 포구로 이동을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작년에 새만금 방조제가 연결되면서 바닷물이 잘 통하지 않다보니 김양식을 해도 별 재미를 못본다. 바닷물 흐름이 막혀 김 그물이 모두 가라앉고 이내 썩어버리는 것이다. 병도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아예 일찍 철수해 버린 사람이 70%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이 피폐해지는 건 당연하다. 만약에 작년같은 현상이 올해에도 이어진다면 다른 양식업을 하거나 아예 양식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바닷물이 부안으로 쭉 올라갔는데 지금은 올라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차단되니까 바닷물 흐름이 바뀌고 약해져 바다쪽으로 내려온 것들이 침하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뻘도 죽고 산란장소가 뒤덮혀 물고기도 거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같은 피해 상황을 듣고 행정기관과 사업단측에 의견을 제시했는지 묻자 주민들은 군산시 수산과에 대체사업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사업단은 보상을 받아놓고 어민들은 무시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한 주민은 “어업보상 당시 6, 7천만원을 받았는데 이것도 매년 두세번씩 나누어서 12년 동안 받았다. 용돈 주듯이 줘서 목돈으로 사용하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방조제를 막으면 관광수입이 늘어 더 살기 좋아진다는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가 모두들 찬성을 했는데, 막상 이렇게 막고 보니까 주민들에게 돌아온 건 없고 생계수단만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같이 고군산군도의 주민들은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이후 어업소득의 급감으로 인해 심각한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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