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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쉼표] 그녀를 보면서 한가위를 좀더 풍성히
  • 고순복 (예인 대표) 
  • 승인 2007.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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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예요?” “아~ 밑에 가게 언니 동생인데요.” “우리 앞집 예인요?” “예, 혼자 있다고 우리언니가 부탁하고 어디 가서요. 아침밥 차려 줄려고 왔어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내가 해줄게요.” “계란 후라이 좀 해서 케찹하고 줘요.” “계란 후라이가 그렇게 먹고 자펐어요? “예, 그렇게 먹고 자펐으면 진작 엄마한테 해달라지?” “참나 우리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후한지 알아요?” “에이 그게 무슨 말여요? 왜 안 해주겠어요. 몸에 해로울까봐 안 해주시나 보다.” “흥~ 그거아녀요. 단지 귀찮다는 이유예요. 그러니 내가 엄마를 고깝게 생각하죠.”

그러면서 시작되는 그녀는 엄마 공도 모르는 체 엄마에 대한 원망이 푸짐하다.

“뭐 먹고 자퍼서 냉장고를 열면 어쩐 줄 알아요? ‘이년아 그만 뒤적거려 그게 니 것이냐?’그런다니까요.”

“에이~ 엄마는 몸도 마음대로 못 가누는데 자꾸 많이 먹어서 화장실 가는 게 걱정돼서 그러죠.”

계란 후라이에 한 많은 그녀. 7년 전 교통사고로 정신지체장애인 된 그녀는 밥상머리 내내 엄마를 씹는다. 계란후라이 3개, 생선구이, 나물 3가지, 김치 2가지, 생선찌개. 그녀에게 차려준 메뉴는 그랬다.

“밥은 혼자 떠먹을 수 있어요? 내가 떠 먹여 줄까요?” “아녀요. 이것도 내 운동인게 내가 먹을게요.”

꽤나 노력이 보인다. 어둔한 숫가락과 젓가락질로 후라이만 연신 먹는다. 후라이좀 더 해달란다. 어찌나 잘먹는지 3개를 더 해주며 그렇게 맛있어요? 묻자 “예 디게 맛있어요” 라며 행복해하는 그녀가 밥 한 그릇을 다 비웠을 때 그녀 입가는 시뻘건 케찹으로 범벅이었다. 그래도 모자라는지 부자연스런 몸짓으로 연신 입맛 다신다.

“엄마가 최고지. 엄마가 그렇게 냉정하게 하는 것은 다 딸 생각해서 그러지요. 독하게 맘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얼른 일어나라고 말여요. 엄마 같은 분이 어디 있다고 앞으론 그런 소리 말어요. 알았지요? 그런데 식구들은 다 어디 갔어요?” “서울요. 그것도 다 이유가있어서 갔어요 나 이혼시키러 갔어요.” “이혼요?” “신랑은 안와요 그런 놈의 인간이 뭔 신랑여”
“왜 여자 생겼어요?”“몰라요 딸 공부 시켜야는디. 돈도 안주고 와보지도 안 허고”

남편도 저 아이같은 여인 앞에 지쳐서 가버렸나 보다. 뺑소니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지 7년, 그러니가족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래도 노부모가 보살핀 덕에 어둔하지만 인자는 말도 하고 앉아서 밥도 먹는다.

툭하면 구급차 들것에 실려 가던 그녀! 어느 날 그런 그녀에게 내 마음 닿을 곳이 뭐있나 생각을 했다. 목욕시키던 날! 몸을 가누지 못해 숨을 헐떡이면서도 연신 날아갈 것같이 개운하다고 웃는 천진난만한 그녀! 자가 이렇게 개운하게 목욕한지도 7년 됐다며 고맙다고 내 손 꼭 잡고 글썽이는 그녀 어머니! 그리고 첨벙첨벙 물장구치면서 신나하는 초등학생인 그녀의 딸! 옛날에 비하면 명절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풍요로움을 뜻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 속담을 들여다보며 한번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자의든 타의든 정말 어려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녀도 한때는 우리처럼 건강하고 행복했을 것이다. 사고가 하도 많은 세상인지라 지금은 우리도 이렇게 건강하지만 언제 어느 때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불안한 내일이 아닌가? 이번 명절은 모두가 더 어려우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한번 더 이웃과 함께 하는 그런 명절이길 바래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게.”

고순복 (예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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