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정가 이합집산 유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한나라당,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됐거나 치열한 경선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에서 불고 있는 12월 대선의 바람은 전북의 서해 끝자락 부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지붕안에서 같이 살기 힘들어 보이던 정치인들이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한솥 밥을 먹고 있는가 하면 벌써부터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예비후보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의 발빠른 행보와 예기치 못한 변신에 유권자들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는 반응이다.

이같은 지역 정치권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은 대통합민주신당에 함께 승선한 지역정치인들 사이의 쑥스러움과 애매함이다.

이 정당이 소위 범여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잡탕정당이라는 사실은 지역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뿌리가 다른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정동영이니 정균환이니 하는 서울의 이름난 정치인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줄을 서고 있는 풍경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그 결과 개인적으로 앙숙에 가까웠던 사람들, 핵폐기장 유치에 대한 입장이 달랐던 사람들, 소속 정당이 달랐던 사람들이 원컨 그렇지 않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그저 얼굴을 가리며 권력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거의 예외 없이 모두다 기이한 사태를 빚어내고 있는 셈이다.

지역정가의 볼썽 사나운 꼬락서니는 대체 어떤 정치인들을 믿을 수 있느냐는 유권자들의 근본적인 회의와 불신을 초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치인들 각자의 이해관계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변신의 행보는 대선결과에 따라 또 다른 대격변도 가능해 최소한 내년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부안지역의 정치구도가 더욱 복잡해진 사정은 대선과 동시에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군수 재선거와 무관치 않다. 자천 타천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예비후보자들이 출마를 위해 유력한 정당의 공천권을 따는 일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다면 그 내부에서는 ‘누구는 군수 나가고 누구는 국회의원 나가면 되고’ 하는 식의 나눠먹기도 가능하다.

문제는 이같은 정치인들만의 놀음에 지역주민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 주민들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하는 정치적 의제가 실종돼 있다.

대통령은 누구를 찍어야 한다, 군수는 누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지역사회의 긴급한 공통 현안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는 셈이다. 정치‘꾼’들만이 판치는 동안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역정가는 중대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새만금 개발의 폐해, 부안사태의 후유증, 벼줄무늬잎마름병의 피해 등 지역의 문제임과 동시에 전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쟁점과 의제들에 더욱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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