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고 넘어가야 할 공교육 문제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으응, 산하니? 잠깐 아빠 바꾸어 줄게. 여보, 빨리 와! 산하야!”

일주일이 채 가기도 전에, 딸아이의 빈자리도 채 느끼기 전에 걸려온 전화 한 통.

딸이 특유의 억양으로 나를 불렀는데도 나보다 더 딸아이를 보고파하는 남편에게 전화를 바꾸어주고는 못내 아쉬워 자리도 못 뜨고 남편의 입모양을 따라 더듬거렸다.

아! 아쉽다.

끝내 난 딸아이와 통화를 하지 못하였다.

내 딸아이는 도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과정의 일환으로 제1기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내 개인으로야 적은 비용으로 생각도 못했던 횡재를 한 셈이지만 뒤집어 보면 여러 문제점이 있는 기획인 것 같아 씁쓸했다.

전라북도에서 한 해에 타 도시로 전출되어 가는 인구가 2만이라 한다. 거주지를 옮기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목포시에서 30년 넘게 살다 부안으로 시집온 내가 볼 때에 부안은 한마디로 꿈의 공간이다. 산, 바다 그리고 드넓은 들녘…. 어느 한 곳 빠지지 않고 조화로운 풍경들.

허나 아이를 낳고선 병원가는 문제로, 취학통지서를 받고선 학교문제로, 학교에 다닐 때부터는 학원문제로, 고학년이 되어선 진학문제로….

엄마들이 모이면 시간과 공간을 넘어 모두 이구동성으로 아이들 교육문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허나 이야기 끝은 쓴 약을 먹은 것처럼 쓰다. 얻어진 결과는 없고 왠지 허허로운 빈곤감만 느낀다. 왠지 쭉정이들만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져 슬퍼지고 아이들에겐 미안함만 느낀다.

그렇다. 부안을, 전북을 등지고 떠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교육문제로 떠난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온 가족이 생계를 이루는 경제터전까지 옮겨가면서 떠난다. 그래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고자 도에서 아이들에게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참으로 좋다. 불필요한 예산을 아껴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건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결코 손해나지 않는 장사이기에 폭을 더 넓혀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러한 혜택이 돌아가길 희망한다.

허나 그 전에 바로 잡고 넘어갈 문제가 공교육일 것 같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할 시점이 되면 엄마들은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는다. 남학생들은 그나마 걱정이 덜 하지만 여학생들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마땅히 갈 학교가 없어서이다. 읍내에서는 한 학교만 있어 경쟁할 상대 학교가 없어 좀 김이 빠진다. 심하게는 그 학교를 졸업한 엄마들이 하는 얘기로 ‘자기를 가르친 은사님들이 그 때의 학습자료로 지금 자기의 딸아이를 가르치더라’ 하는 이야기까지 들리는 걸 보면 아이들이 학원으로 학원으로 몰리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해서 아무리 좋은 기획과 많은 예산으로 아이들을 붙잡아 둔다 해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아이들은 목말라 할 것이다. 한 단계 더 높은 교육 서비스에 말이다.

그렇기에 정말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역사회와 학교와 각 가정이 이 문제를 머리 맞대고 함께 풀어보았으면 한다.

지역사회는 어느 누구나 양질의 교육 정보를 공평하게 나눠갈 수 있도록 열어두었음 하고, 학교도 이제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가르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도록 폭넓고 다양한 연수의 장도 마련해 주고.

각 가정에서도 한번 믿고 부안의 학교에 아이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 길이 바로 내 아이도 네 아이도 다 함께 커 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변방에서 중앙으로가 아닌 중앙에서 변방으로 확대해가는 길을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가 아이들 교육을 핑계삼아 부안을 떠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손 잡았으면 한다.

나 또한 부안이 좋다. 부안의 품에 오래토록 안겨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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