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국도에서 농기센터쪽을 바라보니 작고 아담한 산이 보였다. 이제 다 왔구나 하며 산 아래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에서 본 산은 해발 50미터도 채 안돼 보였다. 그리고 무작정 올라갔다. 쉬이 능선 길을 찾았다. 사실 여기까지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비와 태양이 주는 양분을 흠뻑 받은 나무와 풀들이 한껏 ‘잎빨’과 ‘풀빨’을 드러내며 길을 덮고 있던터라 길이라기보다는 길의 흔적을 더듬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길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산위의 길은 더 많은 나무와 풀로 덮혀 있었다. 사람이 다녀간 흔적도 거의 없어 보였다. 그래도 말그대로 수풀을 헤치며 갔다. 조금만 가면 나오겠지 이깟 작은 산이 뭐 대수라고 하면서.
그러나 동쪽 능선으로 100미터 가량 향하던 취재진의 발걸음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었다. 이젠 길의 흔적마저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길로 들어서다 돌아서고 저길로 들어서다 되돌리길 서너 차례. 결국 길을 잃은 것이다. 그깟 작은 산이라고 깔보던 곳에서 말이다.
그리고 포기했다. 다음 기회로 미루면서. 올라간 길을 다시 거꾸로 내려오는 하산 길에 석정의 꼬장꼬장한 이미지가 자꾸 떠올랐다. 한 말씀 하신다. “야 이 녀석아, 내가 너를 그리 쉽게 만나줄 줄 알았느냐!” 덧붙이신다. “아무리 낮게 보이는 산이라도 얕보지 마라!, 산은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