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우회도로 개설·젊은 소비층 이탈·고령화···"월세, 인건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900곳 음식점 가운데 600곳만 영업

상설시장 앞 상가에 임대라고 적힌 문구가 경기침체를 말해주고 있다.

지역경기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어 활로모색이 시급하다. 부안군이 군정의 최우선과제를 경제 살리기에 두고 관광객 유치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상인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지난 5월 30일 읍내를 경유하지 않은 채 변산반도로 통하는 국도 23호선 우회도로가 전면 개통되면서 외지인의 발길이 끊기는 등 읍내 중소상인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유지인 부안읍, 행안면, 하서면 일대도 관광객들의 차량이 뜸해지는 등 마을 도로로 전락하고 있다.

행안면과 하서면 일대에는 면사무소와 농협이 위치해 있는 지역으로 이곳을 통과하는 관광객들이 인근 상가나 마트에서 생필품은 물론 주유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회도로가 개통되면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게 됐다.

부안읍의 경우 변산반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시가지를 통과하면서 유명 음식점과 상설시장을 많이 이용했으나 우회도로 개통으로 지역상권이 동요하고 있다.

실제로 공휴일인 지난 16일 부안읍을 찾은 관광객 이병상(43. 서울 잠실)씨는 “읍사무소 인근의 음식점을 찾았으나 대부분 문이 잠겨있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음식업과 상가관계자는 평일에도 손님이 뜸한 요즘 공휴일에는 아예 손님이 없어 가게문을 열어야 속만 상해 휴업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단법인 한국음식업 중앙회 김재성(35)사무국장은 지난 18일 “요즈음 음식업 경기는 사상 최악”이라며 “2년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이하로 줄어들어 중소규모 음식점들은 월세와 인건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부안군 음식업 협회에 등록된 900여 음식점 중 실제 영업중인 업소는 600여개에 불과하고 그중 절반이상이 하루 매출액이 20~30만원이하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다고 한다.

상가임대 현황도 경기의 어려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안군청에서 아담사거리에 이르는 상가에는 임대문의라는 전단지가 붙어 있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옷가게는 대부분 비어 있어 일반 도소매 업종의 불황을 더욱 실감케 한다.

공인중개사 김종문(58) 씨는 지난 16일 “임대업자들도 공실률(사무실이 임대되지 않아서 비어있는 비율)이 높아지자 경기침체를 실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업종별 차별없이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인 부안상설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3일 경영컨설팅업체인 인덱스코리아가 상설시장을 진단한 결과에 따르면 210여개 점포중 65% 점포가 하루매출 30~40만원 이하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매출이 활발한 어류, 정육점 등도 주말과 휴일의 관광객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바싹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40년동안 상설시장 입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규홍(67) 씨는 지난 18일 “중국산 제품의 저가공세와 대형마트 진출로 이중고를 치루고 있어 흑자경영은 이미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농어업 지역인 부안에서 소비의 큰 축을 담당하던 젊은 농업인구의 급감과 고령화로 현금시장의 흐름이 막히고 소비와 서비스업으로 먹고 사는 서민들의 삶도 함께 피폐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부 상인들은 5일장과 같은 생산자와 수요자간 직거래 장터 활성화, 상설시장 주차장 확보, 재래시장 공동상품권 활용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안군 지역경제과 이미경씨는 지난 18일 “6월부터 재래시장 공동상품권 발행과 주차장 및 시장현대화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20-30대 젊은소비층 이탈과 농어촌인구 고령화 가속, 변산반도로 집중된 우회도로 개통 등의 악재속에서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과 함께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지역상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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