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7월11일, 부안사태는 이날 김종규 군수의 핵폐기장 유치 신청에서 비롯됐다. 같은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는 자체 조사단을 꾸려 부안사태 진상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변협은 이 보고서 말미 ‘부안군수의 행동’에서 김 전군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일견 부안군수의 유치신청에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사단은 부안군수의 행위가 ‘헌법상 기본권’ 측면에서 보면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이며, ‘헌법 체제’측면에서 ‘자율과 자치’를 핵심원리로 하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행위에 해당된다.”

법률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반헌법적일 수도 있다는 게 법적 진단의 요지다. 한편 김 전군수의 유치신청이 군의회의 표결결과를 무시하고 반대 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강행됨으로써 부안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도 김 전군수는 이처럼 문제를 발생시킨 장본인이 자신임을 망각하고 아직도 유치신청을 정치적 ‘결단’이나 ‘소신’으로 오해하고 있는듯 하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 TV 토론회를 통해 경이로울 정도의 발언을 공개했다. “민주적 절차 때문에 부안경제를 20~30년 퇴보시킬 수 없다.”

그런가하면 이틀 전 또 다른 토론회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방폐장을 신청해서 군민 여러분께 어려움을 드린 것 다시 한번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발언을 통해 개발독재 시기의 권위주의 정치철학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주민의견을 무시해 엄청난 지역사회의 비극을 불러온 행위가 그에게는 단지 성급한 일처리 정도로 정리되고 있는 모양이다.

오늘날까지 부안사태와 관련해 그를 가해자로 여기고 있는 주민들이 태반인데 반해 그 스스로는 정부와 일부 사회단체를 탓하며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의 생각이 변치않는 어떤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 전군수의 태도는 가해자 일반이 보이는 특성에 놀랍게 일치한다. 정신의학자 주디스 허먼은 가해자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은폐를 일삼으며, 때로 웅대한 자기상을 갖기도 하며, 심지어는 편집증적인데도, 가해자는 권력의 현실과 사회적 규범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그가 법적인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폭군과도 같은 행동을 참아내고, 묵과하며, 동경해 주는 상황을 물색한다. 그의 행실은 완벽한 위장술을 제공한다. 비일상적인 범죄가 그토록 평범한 겉모습을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유력한 정치인 가운데 한명인 김 전군수가 이같은 가해자의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부안사태의 해결은 참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그의 진정한 자기성찰과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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