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은 광주사태 그 이상이었다”“나이 가리지 않고 곤봉으로 때리고 방패로 찍어”

인구 7만 명에 경찰 병력 1만 명.
2003년 11월19일부터 한 달 남짓 동안 부안은 77개 중대의 경찰병력으로 가득 채워졌다. 병력 배치가 군청을 중심으로 한 인구 2만 여명의 읍내에 집중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민 2명당 1명꼴로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경찰 도시’가 만들어졌던 셈이다.
총소리만 들리지 않았을 뿐 검은 군복의 경찰이 부안과 주민을 지배하는 ‘경찰 계엄’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집회를 원천봉쇄 당했고 주민들이 서 있어야 할 수협 앞 광장은 경찰이 점령했다.
지난 19일로 핵폐기장 반대투쟁 1년5개월, 경찰계엄 1주년을 맞았다. 경찰의 갖은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국가폭력을 정면으로 돌파했던 주민들은 마침내 승기를 움켜쥐었다.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예고됐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부안주민의 인권탄압과 ‘경찰과잉진압’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또 한수원은 썰물처럼 빠져나갔으며, 주민들은 이제 ‘핵폐기장 백지화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2월 ‘핵폐기장 선정 대응지침’을 통해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국가 테러진압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혀 부안주민들은 졸지에 ‘테러리스트’가 됐다. 경찰청은 작년 7월24일 ‘핵폐기장 유치반대 불법시위 수사 특별지시’를 내렸다. 전북지방경찰청 차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핵폐기장 유치반대 불법시위 수사본부’를 편성·운용하다가 이른바 ‘부안군수 폭행 사건’ 이후 경찰청 지능과장 및 서울청 기동수사대 경찰병력을 보충했다. 경찰 병력 배치 현황은 7월22일 ‘핵폐기장 백지화와 군수퇴진 결의대회’ 이후 40개 중대였고 그 후 작년 9월8일 부안군수 폭행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에는 경찰병력 60개 중대 7천500명으로 증가시켜 면단위 파출소까지 2~3개 중대씩 배치 운용됐다. 급기야 11월 20일에는 1만여명이 배치됐다. 부안읍의 한 주민은 “부안은 광주사태 그 이상이었다”며 “광주사태는 군부독재정권이었다는 이유라도 있었지만 민주화가 진전된 노무현 정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러한 경찰력 증가와 비례해서 구속, 수배, 부상 등 주민 피해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00여명에 이르는 주민 부상자가 발생했고 40여명에 이르는 구속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대다수는 경찰의 방패 사용에 의한 피해였다. 주산면 김아무개씨는 “쇠뭉치가 든 곤봉으로 평화적 시위를 하는 주민들을 때리고 총 대신 방패를 칼날처럼 갈아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찍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경찰장비의 사용 등) 3항은 ‘경찰장비를 임의로 개조하거나 임의의 장비를 부착하여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스스로 직무집행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주민들에게 과도하고 무차별적인 진압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경찰봉이나 방패는 △현행범인 경우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어와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필요한 한도 내에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경찰은 부안주민을 현행범이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세력쯤으로 여긴 셈이다.
경찰은 주민들의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마저 원천봉쇄했다. 행정자치부장관과 경찰청장은 작년 11월 대화결렬 이후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야간 집회가 격렬한 시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몰 후 시위를 금지한다’고 선포했고 야간 집회를 모두 금지했다. 이와 관련 진서면 이상수씨는 “허가받은 집회를 했고 불법시위를 한 사실이 없는데도 봉쇄했다”며 “경찰이 길을 막아 집에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하는 경우에는 관할경찰서장은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일출 시간 전, 일몰 시간 후에도 옥외 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볼 때 경찰은 국민의 기본적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마저 침해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이밖에도 주민들은 경찰의 음주진압, 성폭력, 위법적인 압수·수색, 수배로 인한 신체의 자유박탈로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11월 20일 수협회관 4층에서는 ‘11·20 부안경찰계엄 1주년 기억’이라는 주제로 부안포럼이 열린다./ 이영주 기자 leekey@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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