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 전북대 법학과 교수

자연풍광이 수려하고 먹거리가 풍부하며 인심이 따뜻한 지역, 그 곳을 이름하여 사람들은 부안이라고 불렀습니다. 수 만리 하늘을 나는 새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 온갖 패류와 어류가 갯벌 속에 몸을 맡기고 종(種)의 다양성을 펼쳐나갈 수 있는 곳, 그 곳이 부안입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개발독재 시대의 군사정권이 마치 의붓자식인 양 버려두었어도 그들은 의연하고 여유롭게 자신들의 삶을 가꾸어 왔습니다. 부안 사람들의 삶이 세상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연에 대한 그들의 철학적 태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연을 파헤침이 아니라, 보살핌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은 자연을 인간 삶의 객체로 다스려 나간 것이 아니라, 인간과 똑같은 삶의 주체로 존중해 주었습니다.

그 평화로운 공동체에 어느 날 갑자기 희한한 언어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것은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라고도 하고, 핵폐기물처리장이라고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부안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것이고, 많은 물질적 혜택을 부안공동체에 뿌려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평소 물질에 대한 눈높이가 몇 십만 또는 몇 백만에 고정되어 있던 부안주민들에게 몇 억이라는 숫자가 휘몰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안주민들의 삶에 일기 시작한 동요의 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크기를 넓혀 나갔습니다. 절대로 그것만은 안 되겠다는 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경찰력이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방학이 끝이 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고, 부모의 손을 잡고 촛불의 성(城)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부안주민들의 머리 속에는 하나의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부안주민들의 진정한 의사는 무엇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그것을 사상적 토대로 하는 지방자치는 민의에 의한 다스림을 의미한다는 정도의 사고를 하고 있던 그들은 부안주민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자는 제안을 정부에 했지만, 정부는 그들의 소박한 제안을 외면했습니다.

그 때 그들이 생각해 낸 것이 자신들의 자치능력을 검증해 보는 것이었고, 그것은 자율적 주민투표로 나타났습니다. 법령에 명백한 근거규정이 없더라도 특정한 사안에 관한 의사를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자유를 헌법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지방자치라는 이름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안주민들의 삶의 한복판에 마치 핵폭탄처럼 떨어진 방폐장 문제는 부안주민들의 법의식과 권리의식을 고양시켜 주는 역효과(?)를 뿜어냈습니다. 그 결론이 사유(思惟)하는 것을 말하고 표현하는 권리와 그 권리를 실효적으로 담보해 줄 수 있는 보도매체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은 부안주민들의 치열한 삶의 투쟁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여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주가 되어 자본금을 만들어냄으로써,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민주주의의 생명선으로서의 언론 본연의 사명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것이 부안독립신문이 도달하고자 희망봉일 것입니다. 이러한 창립취지가 찬란한 꽃으로 피어날 때, 부안독립신문은 지역 언론의 성지로 우뚝 설 것입니다.

부안독립신문의 감격시대를 대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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