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설명회로 끝나버린 토론회

지난 5월부터 7개월간 쌀수출국들을 상대로 벌려온 정부의 쌀 협상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회가 17일 열렸다. 그러나 농민단체는 토론의 결과를 협상에 반영시켜야 할 이번 토론회가 “정부의 일방적인 쌀협상 결과에 대한 설명회 자리로 끝나버렸다”고 항의했다. 또 정부의 ‘쌀 개방 대세론’의 여론작업의 일환으로 간주하며 정부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 정부의 쌀 협상 결과
정부 협상 대표로 토론에 임한 농림부 윤장배 국제농업국장은 “주요국들은 10년 연장에 동의하였으나 일부 국가는 중간점검을 통해 후반 5년 유예연장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요 협상국들은 10년차 저율관세로 수입해야 할 의무수입물량(TRQ) 수준에 대하여 8%와 8.9% 안을 각각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고, 수입쌀의 소비자 시판은 전체 TRQ 물량대비 최대 75%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수입쌀의 30~75%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일부 협상국은 수입쌀 중 자국산 쌀의 수입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화 vs 관세화 유예 논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진교 박사는 “관세화 대가로 주요 쌀 수출국들로부터 저율관세로 수입해야 할 의무수입물량이 7.5% 이상이면 이번 협상에서 쌀 관세화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것을 정부가 2005년부터 쌀 관세화를 선언해도 2014년도 쌀 수입량이 전체 쌀 소비량의 7.5%를 넘지 않을 가능성이 95%가 된다는 ‘확률적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세부원칙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과 세계의 쌀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현실을 들어 “일단 관세화 유예를 한 뒤 DDA 협상 추이를 지켜보고 관세화로 전환시키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박웅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협상을 9월말까지 끝내지 못하면 관세화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부가 밝혀왔지만 현재 자기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를 질책하며 “비밀리에 협상을 하고 이제 농민들에게 ‘관세화냐 관세화 유예냐’를 선택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 쌀 소득보전 대책 논란
송유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정부가 쌀 가격을 17만원으로 보장할 경우 공급량이 계속 유지되고 의무수입량이 늘어나서 공급과잉이 되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높아질 것이다”며 정부의 목표가격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정부의 목표가격 17만원에는 물가 상승과 생산비 증가에 따른 고려가 없고, 추곡수매가 갖는 간접효과인 홍수출하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고 지적한 후 “농민들과 유통주체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임을 우려했다. 그는 또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과수원 10% 폐원을 예상했는데 40%가 손 든 상황을 예로 들며 “정작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농민들의 박탈감, 상실감으로 인해 농사 짓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일호 기자 ilhoki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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