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득지원 허점 투성이-9면

“저기가 오가피 작목반 자리요. 무슨 오가피가 저렇습니까.” 분명 등기부 상에 오가피 작목반이라고 주장하는 고영백 씨의 손끝을 따라 시선이 머문 곳은 배추밭이다.
사업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초 목적에서 벗어 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례는 비단 오가피 작목반뿐만이 아니다. 청림리 대부분의 소득지원사업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분란이 적어 우수 사례라고 굳이 꼽히는 농기계 사업 역시 실제 사용은 거의 전무하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어떤 사업에, 얼마나 지원됐나=부안댐 상수원보호구역 주민지원사업으로 상서면 청림리에 지원된 자금은 34억원이다. 이 가운데 소득증대 사업으로 26억원, 장학기금으로 3억원, 복지사업으로 5억원이 지급됐다.
여기에 복지회관 신축사업으로 청림분교 부지를 사는 데 2억3천200만원이 지급돼 6천800만원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거의 모든 사업이 현 김종규 군수 이전에 집행이 결정만 됐고 대부분 이후에 집행됐다.
소득증대 사업은 △약초식재 △표고재배단지 △농기계 사업 △특산물판매장 조성 △양봉단지 조성 △양식계 사업 △농지구입 △곡물건조기 구입 △하우스 특작사업 등이다.
약초식재에 9억9천만원 가량이 지급돼 가장 많은 액수가 지원됐고 다음으로 농기계 사업 5억2천497만원이 지급됐다. 또 농지구입, 특산물 판매장, 양봉단지 등에 2억원대의 돈이 지원돼 그 뒤를 이었다. 표고사업은 1억8천여만원, 양식계 사업에는 1억6천500만원이 지원됐다.
복지사업 가운데 위성방송시설과 인터넷망 구축으로 각각 1억원씩, 육영사업인 장학기금 적립에 3억원이 들어갔다.
◇소득지원사업 실태=청림리에서 지원대상자는 모두 104가구이다. 대상자는 동시에 모두 작목반에 편입돼야 한다. 소득지원사업 자체가 생계지원 조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사업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특산물 판매장은 냉장고 등 모든 집기가 들어오고 실제 운영이 돼야 한다. 최근에 다시 지어 겉모습은 그럴 듯하지만 내부는 책상 몇 개와 먼지가 뒤엉켜 방치되고 있다.
농기계 사업은 실제 필요량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해 기계를 하나씩 받다보니 놀고 있는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작지가 많지 않아 쓰임이 적어 2001년에 지원을 받아 100km도 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오가피의 경우 약재 값이 반으로 꺾여 실제 작업자가 많지 않고 양식계 사업은 주민들간 분쟁에 휘말려 개점휴업 상태다.
표고재배 단지는 주민들이 농협에 고소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외상을 얻어 하우스를 지었다가 돈을 모두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증을 선 세 사람 가운데 지분이 없는 한 주민은 집을 저당 잡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기도 했다. 주민지원사업이 오히려 밤잠을 못 이루게 만들고 있는 꼴이다. 소득도 올해 300만원이 고작이어서 “부업으로 할 일”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다.
양봉작목반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해 태풍 매미로 근근이 이어가던 명맥도 위험한 지경에 빠졌다. 처음에 샀던 660통 가운데 300통만 남았다.
◇소득없이 운영하는 이유는=증언에 따르면 이렇게 소득사업의 역할을 하지 않는 가운데 이 사업을 쥐고 있는 이유는 농지 소유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 작목반장은 “댐 수몰지구에 살던 사람이 이주(移住)되면서 이 사업을 하다가 엄청난 돈을 가지고 나갔다”며 “우리도 언젠가는 이주를 할 것이고 그 때는 (땅으로) 돈을 좀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작목반장 역시 “다른 지역의 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직접지원이 되고 있다”며 “지금 국민고충처리반에 진정을 넣어 놓고 있어 결과에 따라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직접지원을 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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