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병력 철수, 전화마저 끊겨주민 1천여명 반핵추수한마당 열어

한수원 부안사무소가 완전 철수했다. 건물을 에워싸고 있던 경찰병력도 철수했다. 이로써 1년 3개월 전 점령군처럼 부안에 입성했던 한수원의 행각은 야반도주(夜半逃走)하듯 몰래 빠져 나가는 것으로 끝났다. <관련기사 5면>
현재 한수원은 전화마저 끊긴 상태다. 마지막까지 부안사무소에 남아있던 직원들은 영광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서해안 사업추진실로 흡수통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산자부 원자사업지원단 관계자는 “한수원 부안사무소 직원들은 영광쪽으로 발령났고 기존 조직을 보강할 것”이며 “12일 완전 폐쇄에 들어갔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한수원 철수,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판정, 감사원 특별감사 실시 등으로 궁지에 몰린 김종규 군수와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나란히 서울행 차에 몸을 실었다. 그나마 강도지사는 산자부 장관을 면담했지만 김군수는 ‘허탕’만 치고 되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상경이 ‘국책사업 유치’에서 ‘구명운동’ 차원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군수의 경우 ‘검찰 내사설’까지 거론되는 등 더 이상 전방위적인 국가기관의 압박에서 버티기 힘든 형국에 몰렸다는 평가다.
주민들은 투쟁의 함성을 멈추지 않았다. 한수원 철수, 정부일정 무산을 자축하며 ‘김종규 퇴진’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11일 군청 앞 광장에서는 주민 1천여 명이 모여 ‘정부일정 무산, 한수원 철수, 부안자치를 위한 반핵 추수 한마당’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정부일정 무산과 사실상 부안에 핵폐기장 유치는 끝났다’는 기조로 진행됐다. ‘핵폐기장 끝장났다 김종규를 몰아내자’, ‘김종규를 몰아내고 주민자치 실현하자’는 중심구호가 말해주듯 반핵대책위는 사실상 핵폐기장 건설이 무산됐음을 선포하고 원인제공자인 김종규 군수에 대한 퇴진투쟁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또한 반핵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자치역량을 모아 본격적인 주민자치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여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이날 집회에서 문규현 신부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마저도 부도덕하고 반인권적인 정부를 질타했다” 며 “정부는 정신적, 물질적, 신체적, 법적, 사회적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반핵투쟁과정에서 구속, 부상당한 주민들을 반핵민주인사로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투쟁이 ‘김종규퇴진’과 함께 부안백지화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은 9번째 맞는 농업인의 날을 맞아 읍·면별 특산물을 한 데 모아 풍년농사를 기뻐하는 추수감사제가 곁들여졌다. 부안군농민단체협의(대표 이영식)소속 단체장들은 고천문을 통해 “들녘마다 고랑마다 오곡백과 무성하고 채소과일 풍성하네 고생혔다 고생혔다 부안농민 고생혔다 풍년농사 이루듯이 한수원 놈들 몰아내듯이 백지화선언 받아내고 핵종규도 몰아내라”고 기원했다. /이영주기자 leekey@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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