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계란 운반차량 전염 유력”

“말 못하는 철새가 무슨 죄가 있나?”,
“청둥오리가 날다가 싼 똥을 우연히 방목중인 닭이 섭취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도내 인근 익산시와 김제시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이 잇따르자 관계당국이 철새를 감염의 주범으로 꼽는 것에 대한 부안지역 양계농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만경강 등 도래지가 가깝지만 철새를 통한 전염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무엇보다 현대화된 사육시설을 들고 있다.

13일 상서면 감교리의 한 농민은 최근 대규모 양계농의 경우 대부분 사육시설이 외부와 차단된 형태로 지어졌다며 “내가 알고 지내던 익산의 발병농가도 현대식 양계장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발병한 닭들이 철새와 접촉할 여지는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 정부 당국자들은 왜 철새를 앞세우는 것일까? 양계농들은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허술한 방역체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철새주범론’을 들고 나왔다고 본다.

양계농들이 내심 추정하고 있는 감염 경로는 따로 있다. 바로 거대 닭고기 가공업체나 사료공급업체의 운반 차량에 큰 혐의를 두고 있다.

양계농들의 이런 혐의는 이들 업체의 차량들이 △동일업체와 연계돼 위탁사육을 하는 양계장의 연결망 곳곳을 이동하고 있는 점 △ 따라서 연결망 가운데 한 지점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들 차량과 이들이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 전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점 △그럼에도 업체 스스로 자사 운반차량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방역을 철저히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양계농들은 이같은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처지다. 거대업체들이 주된 감염경로로 거론될 경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크고 이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자신들도 역으로 추가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전염을 쉽게 허용하고 피해를 대규모로 만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비좁고 밀집된 사육공간의 환경 △ 겨울철 유류비 절감 차원의 환기시설 미작동 등이 꼽히고 있다.
양계농들은 이처럼 발병원인과 전염경로에 대한 규명이 미궁속에 빠져있는 가운데 자신들의 생각조차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이번 겨울을 이래저래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보내야 할 처지이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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