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관련조례 한미FTA 위배, 지역농업 육성 힘들어져

친환경농업지원 등 지역농업의 특화와 새 작목 개발을 위해 제정된 농업 관련 부안군 조례들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원칙에 위배되고 있어 협상이 타결 된다면 휴지조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례가 고개 숙여야 하는 FTA의 효력은=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 자치단체의 조례의 운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협상이 부과하는 효력의 영향과 범위 때문이다.

국제법규에 해당하는 한미 FTA의 경우 헌법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헌법 제6조①항)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양국간 협상이 국내 법률의 지위를 얻게 됨으로써 법률의 하위체계에 속하는 자치단체의 조례가 FTA 협정에 어긋난다면 해당 조례는 존립의 근거를 자동적으로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협상 6대원칙과 농업지원 조례들 충돌 불가피=그에 따라 최종협정에 이르는 가이드라인인 협상원칙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각 조례와의 불일치 여부가 어느 정도 윤곽 잡힐 수 있다. 정부가 밝히고 있는 양국간 협상 6대원칙은 △최혜국 대우 원칙 △내국민대우 원칙 △시장접근제한금지 원칙 △ 현지 주재의무 금지 원칙 △이행요건 부과금지 원칙 △고위경영자 및 이사회 국적의무 부과금지 원칙 등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의 농업 관련 조례들은 대부분 해당지역 농민이나 농업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특별 혜택’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6대원칙 가운데 특히 내국민대우 원칙, 시장접근제한금지 원칙, 현지 주재의무 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미국농민들과 한국농민들이 ‘공정 조건’에서 시장경쟁을 벌일 수 없도록 하는 조례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문제가 될 수 있게 된다.

△부안군친환경농육성 등 4개 조례 문제=이같은 우려에 정부도 지난달 자치단체별로 협상원칙과 비합치하는 조례에 대한 사례 조사를 광역시도에 요청했지만 제주도나 경기도 지역 외에는 별다른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안군 역시 불일치 사례가 ‘없다’고 최종 보고했다.

그러나 부안군의 농업관련 조례 가운데 적어도 4가지 조례는 문제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영농안정기금 설치 및 운용 관리 조례가 협상 원칙과 충돌하고 있다. 이 조례의 제1조(목적)와 8조(기금의 융자 등)는 부안군내에 거주하는 농업인과 생산단체를 적시하며 이 기금의 수혜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어 내국민 대우 원칙에 위배되고 있다.

1지역1명품 육성에 관한 조례는 제1조(목적)부터 지역 농산물에 대한 집중 지원의 의사를 밝히고 있어 시장접근 제한금지 원칙에 걸린다. 또 3조(사업범위) ①항은 부안군의 행정구역 단위를 대상으로 하며 ④항은 사업추진 주체를 지역주민, 조합, 단체로 특정하고 있어 내국민대우 원칙과 시장접근 제한금지 원칙에 모두 위배된다.

농수특산물전시판매장 운영관리 조례는 제1조(목적)와 3조(업무)에서 모두 판매품목을 부안군 생산 농특산물로 국한시켜 시장접근 제한금지 원칙과 충돌하고 있다.
또한 부안군친환경농업육성에 관한 조례 역시 제11조(친환경농업육성)와 13조(생산경비 등 지원)에서 지역 친환경농에 대한 경비지원 계획을 명시하고 있어 시장접근 제한금지 원칙에 걸린다.

△지역농업 육성 법적 근거 없어질 수도=부안군 사례에서도 나타나 듯 협상원칙에 위배되는 농업관련 조례들은 전국적인 문제다. 정부가 미국과의 추후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될 조례안들에 대해 보류시키거나 예외화시키지 못할 경우 해당조례들은 수정되거나 폐기될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상에 앞서 부작용과 문제점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정부의 부실한 협상준비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FTA 협상결과 지역농업의 지원과 육성이 사실상 없어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복원 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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