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은 석유의 점유권을 놓고 벌어진 전쟁이다. 화석연료의 사용량은 늘어가고 매장량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동안 채굴이 어려웠던 석유를 파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며 이 비용은 석유값의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지금도 1년에 8억 4천만의 세계인류가 굶주리고 있다. 한 시간에 4000명의 인간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식량은 한계생산량을 넘어가고 있으며 지난 2002년 이후 세계 곡물 비축량은 급격하게 줄어들어 2개월 먹을 식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식량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인구가 많은 농업 중심의 국가들이 최근 빠른 속도로 산업화 되면서 식량 생산 기반인 농지와 농가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오늘의 석유 위기는 내일의 식량위기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건이 부족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더 부족해지면 그것을 빼앗기 위한 동물적인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올 초 미국 국방성 펜타곤 보고서는 앞으로 20년 내에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문제로 인해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식량 때문에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오늘, 외국산 농산물을 값싸게 먹을 수 있고 그것이 가정의 경제와 나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일, 그러한 생각이 식량의 절대적 부족 상황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작년에 2만5천원 하던 국제 쌀값은 지금 5만원을 넘어섰다. 내년에는 그것이 얼마나 오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10년쯤 뒤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10년 뒤 국제 쌀값은 지금 국내 쌀값보다 더 오를 수 있으며 그 때는 웃돈을 주고도 쌀을 살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란 사실이다.
식량의 자급을 위해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농지가 훼손되고 농가 인구가 감소하여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지금보다 수십 배는 아쉬운 입장이 되어 식량 수출국에 종속되어버릴 것이다. 주권이나 체면은 없다. 이 때문에 지금의 쌀 문제는 내일의 국민 생존의 문제, 국가 주권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수출국들의 개방 압력에 밀려 곳간의 빗장을 여는 데 그치지 않고 식량 생산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정책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농지법개악, 추곡수매제 폐지, 농업을 시장기능에 맞기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농업, 농촌 종합대책의 발표 등이 그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의 식량 생산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없다. 지난 1999년 관세화 개방을 선언한 일본도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해 식량자급율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으며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30%에 가까운 직접지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쌀의 전면 개방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은 국내 농업을 지키는 투쟁이며 정부의 농업정책을 바꿔내기 위한 투쟁이고 국민과 함께 해야 하는 투쟁이다. 내일의 양식을 지키기 위한 이 투쟁에 모든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며 따뜻한 격려를 부탁드린다.

전농 전북도연맹 사무처장 조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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