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철수, 인권위 결정사항 환영풍성한 먹거리, 주민들 대동 한마당

11일 오후 2시 군청 앞 광장에서 반핵대책위 주관으로 ‘정부일정무산, 한수원철수, 부안자치를 위한 추수감사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9번째 맞는 농업인의 날을 맞아 풍년농사에 대한 감사와 농업을 지켜내자는 의미도 곁들여졌다. 행사시작 전 30여명의 풍물패들이 길놀이를 하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부안읍 봉덕리에 거주하는 한배근(47)씨는 핵폐기장 결사반대, 김종규 퇴진 구호가 적힌 상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해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각 읍·면 대책위와 구속자동지회 깃발, 김종규 퇴진·주민자치 실현 등의 구호가 적힌 만장들이 주민들과 어우러져 군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다.
봄에 씨부리고 가을에 수확하듯 반핵투쟁도 결실
김인경 교무는 대회사에서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듯 핵폐기장 반대투쟁도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해 좌중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어 농민대표들의 추수감사제가 열렸다. 부안군농민단체협의회(대표 이영식) 소속단체장들이 나와 고천문을 낭독하며 올 한 해 풍년농사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고사상에는 각 읍·면에서 가지고 올라온 특산물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줄포 무, 상서 콩, 행안 쌀, 진서 젓갈, 동진 술, 계화 백합, 격포 회, 주산 우렁쌀 등이 상위에 차려졌다. 바다를 가르고 땅을 일군 어민과 농부들의 땀의 결실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김군수 메롱~ 강도지사 메롱~
문정현 신부는 한 손엔 캠코더, 한 손엔 지팡이를 들고 연단에 나와 “정부, 산자부, 부안군의 명명백백한 실수를 모두 들추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수협, 군청, 성당을 3대 반핵민주광장으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해 참석한 주민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문정현 신부는 연설 도중 “핵종규 메롱, 강현욱 메롱”을 연발해 특유의 재치로 군청 앞 광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문규현 신부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 핵폐기장 투쟁 종결을 염원하며 9일째 단식중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연설로 집회장 열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문규현 신부는 “부안군민들의 항쟁과 함성은 너무도 정당하고 진실된 것이었고 대통령 직속기관(국가인권위)조차 인정하고 정부의 부도덕함을 질타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핵페기장 추진세력들이 열망하던 주민투표조차 이제 완전히 거품이 됐다”며 “부안을 들쑤시고 다니던 한수원도 부안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적인 부안 백지화가 됐음을 천명했다. 문규현 신부는 “상생으로 상처를 덮고, 포용으로 분열을 메우며, 과거가 아니라 이제 미래를 향해 조용히, 그리고 힘차게 나아갑시다”며 연설을 마무리 했다.
막걸리잔 손에 들고 어깨춤 들썩
추수감사제와 연설이 끝나자 노래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졌다. 추수감사제를 지낸 고사상에 올려졌던 읍·면별 특산품이 하나 하나 소개됐다. 준비해온 음식이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면서 집회장은 일순 잔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여기저기서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삶은 고기를 입에 넣고 회를 싸먹는 먹거리 마당이 펼쳐졌다. 먹거리 마당이 펼쳐지는 동안 사물놀이, 군무, 민요 등 우리 노래와 우리 문화공연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주민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지난 15개월의 고단했던 대장정을 잊은 듯 자축했다. ‘부안군민 만세’는 그날 따라 심금을 울리며 광장을 넘실댔다.
/이영주 기자 leekey@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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