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위해 경기도 가평에서 요양 중 위암수술 와중에서도 미군기지 반대 그림 그려

화가 최병수(44)씨가 암 수술 후 건강한 모습으로 부안에 잠시 들렀다. 작년에 반핵 촛불집회 100일 기념으로 수협 앞 반핵민주광장에 세워진 반핵장승을 세웠는데 한수원이 철수하고 부안백지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점에 다시 찾은 것이다. 최병수 작가는 짧은 방문시간에도 짬을 내 해창 갯벌을 찾아 솟대며, 장승들을 하나씩 하나씩 손으로 짚어가며 둘러 보았다. 자신이 손수 깎아 다듬고 세운 장승과 솟대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한다. 갯벌위에 높이 솟아 있는 솟대와 장승을 깎을 때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병수 작가는 철저한 현장파다. 늘 새로운 현장을 찾아 베트남으로 뉴질랜드로 부안으로 평택으로 떠났다. 그가 떠난 자리엔 늘 투쟁과 사랑의 상징물이 남겨졌다. 사랑하는 갯벌, 게, 백합, 갯지렁이, 망둥이를 위해 솟대를 세웠다. 핵의 위협으로부터 부안과 주민을 지켜주라고 반핵대장군을 세웠다. 우리네 선조들이 강한 신성으로 마을 밖의 부정을 막으며 마을의 신성을 지키려 했던 것처럼 그는 솟대와 장승을 세워가고 있다. 아마도 이런 철저한 현장가기질은 중국집 배달원, 선반공, 보일러공, 공사판 잡역 등 험한 바닥 일을 마다않고 해온 그의 이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최병수 작가가 해창갯벌 ‘하늘을 향하는 배’앞에 서더니 “너무 화가 나서 배를 하늘로 향하게 만들었다”며 환경을 망치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토해냈다.
최병수 작가는 수술 후 경기도 가평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요양으로 몸을 추스르고 난 뒤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갯벌위를 걷다가 “나 쌩쌩해”하고 큰 소리로 말한다. 위를 60%나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사람치고는 무척 건강해 보이지만 큰 수술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옷을 들춰보았다. 배 한가운데에 한뼘이나 수술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전이는 안됐는데 암세포가 아직 몸 안에 남아 있다고 한다.
최병수 작가는 노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말하면서그는 자신의 작업을 노동에 비유했다
최병수 작가는 위암 수술 와중에서도 작업을 계속했다. 병원에서 평택미군기지 투쟁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위해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그의 그림과 조각은 자연과 인간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곳에 늘 함께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예술품이자 투쟁의 무기였던 셈이다.
부안에 남아 있는 작업실을 정리할거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다시 내려와서 계속 작업할 것이기 때문에....” 그의 말처럼 건강을 되찾아 그토록 애정을 쏟은 부안의 갯벌과 뭇 생명들을 위해 계속 작업할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영주 기자 leekey@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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