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오리 없이 쓸쓸히 서있는 동문안 당산 솟대(좌)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올려진 동문안 솟대 모습(우측 위) 돌오리를 도난 당한 후 문화재청에 알리지 않고 부안군이 새로 만들어 올려뒀던 돌오리(우측 아래)
돌오리 없이 쓸쓸히 서있는 동문안 당산 솟대(좌)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올려진 동문안 솟대 모습(우측 위) 돌오리를 도난 당한 후 문화재청에 알리지 않고 부안군이 새로 만들어 올려뒀던 돌오리(우측 아래)

돌오리 되찾았다며 호들갑 떨더니
솟대에 올리려 하자 문화재청, 3년간 서류 보완만 요구

꼬리와 날개에 실금, 보존 필요하지만
오래전 깍은 기둥 탓에 설치 어려워

부안군, “공원으로 조성 후 설치”
주민들, “그냥 돌오리부터 올려라”

 어김없이 정월대보름이 찾아왔지만, 당산 솟대에 용줄을 감아 옷을 입히고 한판 보름굿을 벌어지던 동문안 당산의 솟대는 여전히 돌오리 없이 허전한 모습으로 서 있다. 한때 도둑맞았던 당산 솟대의 돌오리를 되찾아 온 지 3년째 접어들도록 솟대 위 제자리에 올리지 못했다. 돌오리가 언제 300년을 살던 제 둥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여전히 기약이 없다.
문화재 지정 당시의 원형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문화재청의 깐깐함 탓에 부안군과 용역 연구단체는 수차례 보고서를 보완해가며 복원공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여전히 문화재청 승인의 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돌오리의 사연이 기구하다.
2003년 부안에서 핵폐기장 투쟁이 한창이던 당시 시끄러운 틈을 타 누군가 부안의 문지기인 동문안 당산 솟대 돌오리를 훔쳐간 것이다. 
이후 도난당한 돌오리는 한 전문가에 의해 경기도 용인 옛 돌 박물관에서 발견되고, 이것이 성북구의 다른 박물관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 정황을 파악한 주민들이 찾아가 돌오리를 돌려달라는 요청은 거절되고 돌오리는 다시 숨겨졌다.
그러다 “야산에 돌오리가 버려져 있다”는 제보를 문화재청이 접수하면서 지난 2019년 우여곡절 끝에 돌오리는 부안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오리 반환행사가 열리고 이를 솟대 위에 올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부안군과 문화재청에서 돌오리를 당간 솟대 위에 설치하려 했으나 위와 아래를 판단하기 어렵고, 기둥과 오리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며 지금껏 복원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동중마을 주민들을 답답함을 호소했다.
돌오리를 직접 다루며 보름굿을 진행하는 역할을 했던 마을 주민 진아무개 씨는 “돌오리가 원래의 것이 맞지만 지금은 맞을 수가 없다”며 “돌오리가 없어졌을 때 부안군에서 가짜 돌오리를 올리느라 솟대 윗부분을 갈아냈는데 지금은 그걸 인정하지 않으니 원래의 돌오리가 맞을 수 없는 것을 두고 등과 배를 찾고, 진위 여부를 의심하고 있는 꼴”이라고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2019년 3월 동중마을에서 열린 돌오리반환식. 문화재청장과 권익현 군수 등이 참석했다
2019년 3월 동중마을에서 열린 돌오리반환식. 문화재청장과 권익현 군수 등이 참석했다

부안군은 지난해 10월 ‘부안 동문안 당산 복원 용역’을 실시하고 문화재청에 이를 보고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문화재청 요구에 따라 보완사항을 수정해 제출했지만 지난 5일 재차 보완요청을 받았다. 부안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과 같은 보완요청이 벌써 3번째다. 이에 부안군 문화관광과는 문화재청에서 요구하는 보완사항을 다시 살펴 최대한 빨리 문화재청에 전달 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돌오리가 도난당했던 사이 훼손됐을 우려가 있으니 X-Ray 촬영을 통한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부안군은 부여박물관의 정밀 X-Ray 촬영 결과 돌오리의 머리와 꼬리 연결부위에 미세한 실금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용역보고서에는 돌오리에 대한 현대식 훼손방지 처리 필요성이 담겼다. 다행히 이번 용역보고서는 당간 솟대 상부가 훼손된 것을 인지하고, 그 원인에 대해서도 명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은 과제는 돌오리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남은 것은 부분적으로 훼손된 돌오리에 필요한 보존 처리를 하는 것, 깎여나간 솟대 위에 돌오리를 앉힐 적절한 방법을 결정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승인받는 것이다.
그러나 돌오리 복원 방법에 대한 승인이 있더라도 돌오리 설치가 빨리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도로에 가까이 서 있는 동문안 당산이 오가는 차량에 의해 훼손될 위험이 크므로 인접한 주유소를 매입해 당산문화공원을 조성한다는 부안군의 방침 때문이다. 공원 조성을 통해 동문안 당산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현재 동문안 당산과 주유소를 사이에 두고 건강보험공단 주차장 옆에 자리한 문지기 장승이 당산과 함께 기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공원을 조성하려면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는데, 오리를 올렸다가 다시 공사를 위해 내리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전반적인 공사를 마치고, 공원을 조성한 다음 오리를 복원하는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순서가 맞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부안군 담당 공무원들이 “언제까지는 돌오리를 설치하겠다”며 책임지지 않을 약속만 하는 행태와 시일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어도 연락 한번 없는 것에 대해 서운함을 나타냈다.
이에 부안군 문화관광과 담당자들은 지난 24일 동중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그간의 상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소통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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