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련 “신문 공익적 성격 분명히 해야”

<이정호(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현재 신문법안 쟁점을 둘러싼 논쟁은 다양한 형식으로 전개중이다. 지난 달 15일 열린우리당이 발표한 언론개혁법안은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과 신문유통공사 설립이 삭제된 채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21일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입법청원에 따라 논쟁은 본격화되고 있다.
언론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유구조
‘1인 사주의 전횡’이 신문시장 독과점의 제1 원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몇일 전 한 신문의 주주총회가 고모(주식소유 5%), 큰 삼촌(40%), 작은 삼촌(30%), 막내 삼촌(5%), 장조카(20%) 5명이 둘러앉아 밥 한끼 먹는 것으로 끝났다. 한 신문사의 주주총회가 ‘가족회의’로 전락하는 사례인데 이는 비단 이 회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15일 열우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소유 지분 분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고 문광위 소속 의원들 또한 당의 입장을 수용했다. 그런데 그들이 제시한 ▲위헌논란 ▲족벌언론의 반발 ▲ 드문 외국 사례 등의 이유는 한마디로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논리와 흡사한 것이다.
하지만 1인 사주의 문제점은 현행 독과점 상태를 지속시키고 불법적인 판촉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사주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편집권이 유린 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74년 동아투위 이후 족벌신문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유린당한 채 거리로 쫓겨난 수백 명의 언론인을 해고했던 장본인은 국가권력도 광고주도 독과점도 아닌 1인 사주일 뿐이다. 편집자율권 보장 조항은 사주의 지분 분산과 반드시 연동돼야만 소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 지원의 신문유통공사 설립을”
열우당이 정부 차원의 신문유통공사 설립 대신 유통전문법인을 지원하겠다는 것도 명백한 개혁 후퇴안이다. 본래 언론개혁운동에서 제안했던 정부 주도의 신문유통공사 대신 열우당이 내세운 대안이 유통전문법인이다. 그런데 조선·중앙·동아일보의 3대 과점 신문업체들은 신문유통 등 연계 업체 구성에서 수직적 통합을 이룬 상태이다. 따라서 정부의 유통법인 지원시 치열한 시장쟁탈전은 명백하고 유통 독점을 초래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중소신문의 생존을 끊을 것이다. 정부가 지원 형식을 통해 3대 신문사의 몸통을 더욱 불리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중앙일보의 경우 인쇄는 A프린팅, I프린팅, J프린팅에서 전담하고 판매 및 유통은 중앙일보미디어유통에서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유통법인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신문유통은 ‘고도의 공익적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감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율적으로 신문업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운영해온 ‘프랑스식 신문공동배급제’ 또한 정부가 ‘여론 다양성’의 철학 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열우당, 당내 의견수렴의 민주성부터 확보해야”
마지막으로 언론개혁법 입법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당내 민주주의 결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열우당 국회 문광위 소속 12명 사이에 입장정리를 위한 토론이 부재했다는 점이 비판의 도마에 오를 만하다. 열우당은 17일 정책위 의원총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한다고 밝혀놓고서도 12~15일 잇따라 4대 개혁법안의 주요 내용을 법 조문의 형태로 발표한 정황은 여전히 열우당이 민주적 정당일 수 없음을 반증한다.
17일 정책위 의총에서 반발하는 의원들의 입을 막기 위해 “‘높은 곳’의 뜻은 이것이다”는 식으로 미리 발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언론개혁법안을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15일 발표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유제한을 뺐다”는 대목이 이를 입증한다.
비판 대상에는 한나라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지난달 4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신문법 입법청원안에 대한 한나라당 문광위 소속 9명 의원들의 공동 보도자료는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줬다. 특히 심재철 의원은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위헌론을 재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신문사가 단순히 사기업이라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나라당이 특정 사기업의 이해와 직결된 법안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신문시장 정상화는 ABC 가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병국 의원의 주장은 ABC의 현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ABC는 신문업계의 로비로 인해 정상 판매가격외 ‘할인부수와 준유가부수’라는 용어를 도입하는 바람에 정확한 유료 판매부수조차 알 수 없는 해괴한 제도로 전락했다. 따라서 ABC는 이제 ‘해체 대상’일 뿐이다. 정리=서복원 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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