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이식률 선진국 10% 수준 사회적 인식 부족·관리 체계 허술

얼마 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 중에 앞을 못 보는 어려운 이웃에게 각막을 이식하여 주는 감동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이들에게 광명의 빛을 찾아주는 것은 단순한 감동의 드라마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빛을 주거나 더 이상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이식받지 못하면 시한부 인생일 수밖에 없는 간경화나 신부전증 환자들, 만성 췌장염으로 고통 받고 있거나 심부전증, 폐부전증 등의 환자들에게 해당 장기를 이식하게 되면 그 질병으로 죽어가는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셈이 된다. 대부분의 장기 이식은 뇌사 상태에서 생전의 본인 뜻이나 사후에 가족들의 동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단순히 꺼져가는 생명에서 장기로나마 부활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또 하나의 생명을 살렸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장기 기증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뇌사 판정이 나자마자 서둘러 장기를 살리는 치료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뇌사 판정이전까지는 치료의 중점이 뇌 기능을 살리는데 역점을 두고 기타 장기들의 기능은 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뇌사 판정 후 장기 이식을 하려면 뇌사 판정 즉시 뇌에 대한 치료는 모두 중단하고 이식할 장기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장기 이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인구 백만명 당 뇌사장기 기증률을 보면 스페인 33.7명, 미국 21.7명, 프랑스 20.0명, 이탈리아 18.1명에 비해 우리나라는 1.9명의 수준이다. 이것은 우리의 의식 구조에 기인한 면도 있으나 다른 문제점, 즉 뇌사장기 기증과 이식 관리 체계상의 문제점에도 기인한 면도 있다.

그 문제점은 첫째, 장기 기증에 대한 홍보 및 기증 장려활동이 미흡하여,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 현행제도는 뇌사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장기기증을 설득하는 능동적 체계가 아니라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는 뇌사자를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적 체계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 제도에서는 뇌사장기 기증을 설득한 의료기관에서 그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장기를 공정 배분함으로써 타 의료기관으로 장기를 이송해야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함으로써 장기기증 설득작업의 결과가 의료기관에 귀찮은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셋째는 장기구득과정의 비효율성과 경직성이다. 뇌사판정위원회를 통한 뇌사판정, 뇌사자 장기기증 과정에서의 가족 승인 및 가족관계 확인절차, 뇌사판정대상자 관리전문기관으로 뇌사자를 이송해야 되는 문제점 등이 뇌사장기 기증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및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인력이나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국가가 진정으로 장기 이식을 통한 새 생명 찾기 운동에 뜻이 있는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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