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학 신임군수에게 듣는다

화해추진위 연내 구성…피해자 후속조치
공무원 승진교육 강행…대응조치 검토중
새만금 피해대책 마련·부군수 권한 보장
지역 고유의 문화·정서 살린 축제 개발

지난 5일 오후 신임 이병학 군수를 만나 군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군수는 이 자리를 통해 진실화해추진위원회에 대해 종전의 소신을 재차 밝히고 공직사회 개혁, 지역 축제 활성화, 새만금 피해주민 대책 등 군정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인터뷰는 군수실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됐다.
<편집자주>

ⓒ 염기동 기자

▲ 지난 3일 취임식 뒤 사흘이 흘렀는데 소감은.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다른 느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었도 그런 느낌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공무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부안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한 진상규명과 화해 추진위원회에 대해 논란이 예상되는데.
군민들이 진상규명이란 것에 대해 달리 인식을 했으면 한다.
말하자면 군수가 반핵과 찬핵 으로 나누고 가리자는 게 아니다. 그런 진상규명이 아니라 왜 부안사태가 일어났고 왜 군민들이 저항했고 왜 많은 사람이 다쳤으며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어떠했는가를 밝히자는 것이다.
부안사태의 성격을 규정하자는 것은 찬성측도 반대측도 부안사태가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이해를 하고 앞으로의 화해를 위한 기초작업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부상자 등 피해자들에 대한 후속 조치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대해 책임과 요구 사항을 분명히 전달할 계획이다.

▲ 추진위원회 구성주체와 운영방식은.
추진위원회는 최대한 빨리 착수해 늦어도 올해 안에는 구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 2·14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군은 여기에 필요한 행정과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 핵폐기장 유치와 관련해 공무원들의 책임을 거론해왔는데 인사에 반영되는가
책임을 묻겠다는 것보다는 군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무원의 본분에서 벗어난 직원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불이익을 당하고 느끼게끔 하겠다. 인사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화해추진위 연내 구성…피해자 후속조치

▲ 취임을 앞두고 직무대리자 9명에 대한 5급 승진교육이 강행돼 파문이 일고 있는데.
유감이다.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그분들의 공백을 피부로 느낀다. 현재 읍면장 회의 소집 자체가 어렵다. 군정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업무 공백을 걱정해 철회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공문도 보냈고 일부 대상자들에게는 개별 접촉도 했다. 군정 협조 차원에서 나중에 가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한 명이라도 이탈자가 생기면 안된다, 같이 행동하자는 식으로 나왔다. 그들은 담합 수준의 단체행동을 했다.
당선자 시절에 벌어진 일이지만 항명에 가까운 것으로 본다. 그것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분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사실은 (전임 군수가) 직무대리 신분으로 그들을 철저히 잡아 놓은 것이다. 그들도 어쩌면 인사를 빌미로 한 희생자다. 그런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데 전직 군수를 핑계 대는 것은 굉장히 서운한 일이다.

공무원 승진교육 강행…대응조치 검토중

▲ 민선 3기에 대한 민선 4기 군수직인수위원회의 평가와 의견이 군정방향에 얼마나 반영되나
인수위에서 보고서가 작성됐는데 내용들에 대해 의견만 받아 놓은 상태다. 분석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기다려 주셨으면 한다. 3기에서 추진한 사업에 대해서는 소신이 뚜렷하다. 특별한 사업을 제외하곤 지속해 나갈 것이다.

▲ 변산비키니 해수욕장 개장이 8일이다.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리기를 바라는 여론이 있는데.
본래 명칭으로 되돌릴 계획이다. 관광안내서에도 반영할 것이다. 러브감자, 워터파크, 썬키스로드 등 민선 3기 들어 유난히 영문 명칭을 많이 사용했다. 이런 명칭에서는 우리 지역의 정서나 고유한 이름이 살려져야 하는데 영문 사용으로 왜곡되어 인식될 소지도 안고 있다. 워터파크는 실제 하수종말처리장이지 않은가.

▲ 지난달 20일 부안군이 영상문화특구로 지정됐다. 영상산업 육성계획은.
특구로 지정됐으나 정부의 특별 지원은 없다. 단 영상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선정된 것이다. 기존 관련 시설들이 있어 우리가 발전의 여건을 선점했다고 본다. 영상테마파크의 경우 계약업체인 아트비젼 측의 민자 유치가 어려워졌다. 우리 정서에 맞게 효과적으로 추진하겠다.

▲ 군청사 신축에 앞서 예산 걱정이 있는데 수정 계획은.
현재의 안대로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IMF 사태 이전에 본래는 더 큰 규모였는데 최소화 된 규모다.
현 청사가 오래된 데다가 비좁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그런데 부안군의 청사 신축은 지방자치 연구자들에게는 예산 낭비에 관한 한 사례가 될 지도 모른다. 1999년에 8억원을 들여 설계 공모를 마쳤으나 사장되고 지난 5월17일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춰 13억원을 들여 새롭게 설계를 했다.

▲ 새만금 연안 어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다. 군 차원의 대안은.
우선 당장 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특별법에 보상 규정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주민들이 받은 보상액은 200만원에서 1400만원 정도였다. 이건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주대책비에 불과하다.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 최소한 3년간의 소득보장은 해줘야 한다. 투쟁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텐데 당장 먹고 살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에 어민직불금 지불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새만금 피해대책 마련


▲ 군수교체로 인해 공직사회가 일정한 동요와 함께 핵심 공직자의 복지부동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는데.
복지부동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선거후유증이 크다. 또 자의든 타의든 해서는 안될 선거 개입에 대해 본인들의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부군수가 곧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등 빈 자리가 여럿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다.
무거운 분위기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복잡하다. 애초에는 취임 직후 조직을 개편하고 분위기를 쇄신할 계획이었는데 내년부터 도입되는 총액인건비제를 감안해 지금 당장 손을 대기가 애매하다. 일단 공직자들에게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 공무원들의 능동적 업무 추진을 위해 취임 초기부터 승진임용 기준을 명시하는 것은 어떤가.
뭔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게 상당히 어렵다. 어느 부서에 근무하건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겠다. 교육연수나 해외 견학도 다양하고 공정하게 다루겠다.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이 승진하는 경우를 최대한 배제시킬 것이다.

▲ 부패예방과 조직운영의 혁신을 위해 부군수의 본래 권한을 행사토록 할 의향은 없는가
단체장 입장에서는 부군수가 역할 분담해주는 것이 좋다. 부군수가 제 역할을 해주면 단체장은 대외적 업무를 활발히 할 수 있게 된다. 단체장과 부단체장의 역할을 규정에 따라 그대로 하면 된다.
행정 통제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부군수가 허수아비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부군수에게 6급이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계획이다.

부군수 권한 보장

▲ 33바람 축제가 지역색을 살리지 못한‘동네잔치’라는 비판을 받는데 계속할 것인가.
인수위에서도 비판 의견이 있었다. 바람축제는 개최하지 않을 것이다. 축제는 우리 지역의 문화와 정서에 맞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하며 독특한 향기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축제를 검토하고 개발할 것이다. 축제와 별도로 우선 10월쯤 군민화합의 장을 가질 계획이다.

지역 고유의 문화·정서 살린 축제 개발

▲ 지역언론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군의 대가성 광고, 정기적인 ‘떡값’, 음성적인 촌지 등의 관행을 없앨 의향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군에서 금액을 정해놓고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기획보도의 경우 공무원들은 군정 홍보차원에서 계속 해온 면도 있다. 관행을 개선해 합리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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