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독점하지 않겠다는 창간정신 되살려야

3년 전 지금쯤, 이른바 부안 핵폐기장 사태가 시작됐다. 평화롭던 부안땅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고 군민들 가슴에 씻을 수 없는 피멍을 들게 했던 핵폐기장 사태! 권력이나 거대 자본을 상대로 투쟁하는 민중들의 저항은 언제 어디서나 그렇듯 늘 처절하고 고독하다.

그런데 그런 처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언론 때문임을 새삼 말해 무엇하랴. 이기주의, 폭도, 불순분자로 덧씌우는 언론의 마술인 탓이다.
바로 그렇다. ‘부안독립신문’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소수에 의해 독점되지 않고 군민이 주인 되는 신문,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민의 편에 서서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신문, 부안의 단결된 힘을 모으고 내 이웃의 이야기가 실리는 가슴 따듯한 신문 등 군민들의 절절한 염원이 있었다.

그렇게 창간된 ‘부안독립신문’이 어느덧 두 돌이 되어가고 있다. 독자입장에서야 좋은 신문 차곡차곡 받아볼 수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신문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늘어난 연륜만큼, 쌓여가는 발행 호수만큼 독자들의 불만도 높아져 가는 상황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이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큰 기대나 요구는 하지 말자’고 말한다.
옳은 말일수도 있다. 허나 보통의 어린아이가 커가는 것처럼 큰 탈 없이 차근차근 커 나간다면 아무도 무리한 요구나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금의 부안독립신문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과정의 연속으로 판단한다.

창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제법 여러 사람들이 ‘부안’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신문사 기자로 혹은 직원으로 왔다가 그 ‘부안’이라는 이름에 넌더리를 내며 떠나갔다.
그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편집국의 역량이 높아질 수도 없었고 결국 신문의 질 저하, 독자감소, 광고 감소, 경영악화라는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특정 기자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그 기자를 둘러싼 갖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표이사 사임을 계기로 새로운 경영진 구성과 편집국 충원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논의가 있는 모양인데 네편 내편, 내 사람 네 사람 논리가 여지없이 작용되는 모양이다. 가히 총체적 난국이며 위기에 빠져 있는 신문사의 엄연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도대체 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나는 부안독립신문에 관여하고 있고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창간정신을 되살려 놓는 일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소수에 의해 독점되지 않고 군민이 주인 되는 신문”이라는 창간 첫 번째 정신에 그 모든 해결책이 담겨있다고 본다. 신문사를 독점 소유하려는 욕망, 또 그것을 저지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려는 욕망 그 모두를 내려놓아야 한다.
적어도 이 부안땅에서 부안독립신문을 독점 소유하여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곧 몽상이 아니겠는가? 핵폐기장 사태와 군민적 저항의 근원이 주권재민의 원칙을 무시하고 군민을 일방 지배하고자 했던 무모한 몽상에서 비롯되었음을 바로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신문 하나만 있어도 많은 부분이 변화할 수 있고, 또 그 변화는 자신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넉넉함을 갖는다면 그것은 신문을 독점 소유하는 것보다도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음이다.

객관성 있는 경영진 , 능력 있는 편집국 구성과 편집권 독립, 신문사의 중요 축으로서 노조, 독자와 소액주주들의 역할과 권한 증대 등 신문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여러 방안과 장치들의 출발점은 그 무엇에 앞서 창간정신을 제대로 적용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일이다.

‘부안독립신문’의 문제는 부안의 과거와 현재의 갖은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맞이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구장회(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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