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부추겨 민주당 바람일어

5.31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최소한 군수와 군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반핵반김종규’의 군민 정서가 표로 분출됐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군수선거는 초반부터 ‘반핵 대 찬핵’의 구도로 대립축이 그어졌다.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핵폐기장 유치를 시도한 김종규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재선을 노리며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그에 맞서 반핵대책위 공동대표를 지낸 민주당 이병학 후보가 반핵진영의 지지를 얻으며 군수직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막판 ‘반핵’ 표심 이병학에 모아져…김종규, 스스로 ‘핵 덫’ 놓아 패배 자초


선거 이슈에 있어서도 핵폐기장 사태의 책임 문제를 능가할 소재는 없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정면돌파 전략을 택한 김군수는 결국 실패했다. 즉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식의 애매한 사과는 유권자들에게 진실되게 비치지 못한 반면 “민주적 절차 때문에 지역발전을 20~30년간 늦출 수 없다”는 변함 없는 개발독재적 사고는 반대세력을 더욱 넓고 단단하게 결집시키고만 셈이됐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 전략 외에 별다른 수도 없다는 평이다.

김군수가 100% 사죄만 한다고 할 경우 출마 자체의 자격과 명분이 없어지고 그에 따른 상대후보들의 사퇴 압력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군수는 34%의 득표율로 1만2천여표를 얻어 현직을 최대한 이용해 나름대로 선전을 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반핵의 벽을 넘지 못해 재선용 야심작인 핵폐기장 유치 때문에 재선에 실패하고 말아 ‘잔꾀’를 부리다 자기 덫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고 만 셈이다.

이에 반해 ‘반핵 프리미엄’을 업은 이병학 후보는 전반적으로 수월하게 군청에 입성했다는 분석이다. 막판 최대 악재라 불렸던 한 지지자의 기자촌지 수수 사건의 경우 오히려 지지세가 민주당을 넘어 주민들 일반에까지 확산된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를 이용한 상대 후보들의 막판 흑색선전이 김군수 재선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와 주민들의 표를 결집시키고 부동층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김군수에 대한 반감이 폭넓고 깊었다는 방증이다. 사실 선거 전문가들은 이후보의 당선 예상 득표율을 35% 안팍으로 잡았던 터라 이후보의 최종 득표는 (46.3%, 1만7012표) 예상 밖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보 본인은 물론 민주당 관계자들 대부분 이 결과를 놓고 ‘군민승리’라고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 강수원 후보는 고령의 약점과 반의회주의적인 전력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무소속 김경민 후보와 한미준 문창연 후보는 취약한 조직력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번 찍자” 민주당 ‘바람’ 불어…우리당 참패, 군정-의정 독점화 우려되기

군수 압도적 지지로 당선, 군의원 10석 가운데 6석 차지, 도의원 2석 모두 차지…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록한 성적표다.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이번 선거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민주당의 ‘바람’으로 꼽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군의원 1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고 비례 도의원(26.5%)과 군의원(28.3%) 결과에서는 도내 15개시군구 가운데 최저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각각 48%와 52.5%로 도내 최고 득표율을 보였다. 한마디로 민주당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집권 여당인 우리당에 대한 부안의 ‘유별난’ 반감 탓도 있다. 우리당의 참패와 관련해 김춘진 의원(고창?부안)은 “핵폐기장 문제가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민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유권자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민주당 바람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지역주의가 먹혀 들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선거 막판에 한화갑 대표가 직접 방문해 고건 전 총리를 내세운 ‘전북 출신 대통령론’이 유권자들의 지역주의 감정을 부추겼다는 해석.

이에 따라 지방자치가 1년이나 넘게 남은 대선에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군정과 의정의 민주당 독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당선자들은 일제히 ‘기우’라는 반응이지만 제 몫 챙기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실정치에서 민주당의 독점화 현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계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는 분위기다.

군의원 선거, 지역할거주의 문제로 드러나…제도 개선 있어야


반핵반김 정서와 민주당 바람을 제외하고 이번 선거 결과를 만든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소지역주의로 꼽히고 있다. 과거 ‘1개면-1의원’의 소선거구제에서 3~4개 면을 한 데 묶은 중선거구제의 도입이 결정적이다.

같은 선거구에 타 지역 후보와 자기 지역 후보가 함께 경쟁을 하게 되면서 출마 후보와 유권자 모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 지역 사람이 돼야 한다”는 선거 정서를 만들게 됐다. 군의원 10석 가운데 비례대표와 유권자 구성이 다양한 가선거구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 모두 ‘우리지역 편애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선자 모두 출신 지역에서 몰표를 받아 당선됐다. 결국 유권자 수가 적은 지역 출신이거나 같은 지역내 출마 후보자가 많고 내부 경쟁이 심한 경우에는 당선이 어려웠다. 현행 선거제가 바뀌지 않는 한 유권자 수가 적은 위도면이나 주산면 출신의 후보자는 당선이 아예 어려워 지역 주민의 대표성이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이같은 나눠먹기식의 지역할거주의를 차단할 선거문화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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