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 바란다] 여성에게 듣는다
여성농업인센터 임덕규(사진) 소장은 낮지만 분명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 어느 고장에도 없는 천혜의 자원을 가졌으니 이를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해요”
여성과 남성의 눈이 다르진 않으리라. 그렇지만 임소장의 눈이 가리킨 것은 달랐다.
아름다움이란 개인에게 속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와 경제만이 오직 사람 삶의 전부인양 살면서 웰빙을 외쳤지만 속빈 강정이었다.
임씨의 탁월한 안목이다. “어디가나 공사중이예요. 처음 여길 내려온 게 91년인데 90년대만해도 이렇게 개발에 사람이 치이지 않았죠. 개발만이 능사가 아닌데 임기제인 군수나 의원들에게는 개발만큼 좋은 당근이 어디 있겠어요”
그는 개발이 가진 독(毒)이 자연을 죽일까 걱정했다. 그냥 놔두어서, 있는 그대로를 보존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에는 잣대를 댈 줄 모른다고 했다.
“개발지상주의에 빠진 듯한 현 위정자들의 살림엔 분명 구멍이 날 거예요. 오죽하면 ‘가계부 쓸 줄 아는 주부라면 지금의 의원들보다 일을 훨씬 잘한다’는 소리가 나오겠어요”
전국 어느 농어촌지역에도 선출직 여성의원은 없단다. 그렇다면 인구의 반, 여성은 어디에 있는가?
“농촌여성들이 취미교양교육이라도 받으려면 부안읍에 나와 걸어서 20~30분을 가야 여성회관이든, 도서관이든, 종합사회복지관이든 갈 수 있지요. 남자와는 달리 어디든 쉽게 갈 수 없는 처지의 여성들에게는 아주 큰 불편입니다. 이런 것들이 여자들의 사회참여나 공동체 형성에 방해가 되지요”
임씨는 읍내에 순환버스를 다니게 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버스를 전혀 타지 않을 군수나 의원들에게는 매우 낯선 이야기일테지만 노인이나 아이, 각 면에 사는 여성들에게는 매우 유익할 것이란다.
언제나 예산타령에 목이 타는 군에게 ‘여성정책에 예산을 대폭 반영하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불편과 부당의 그늘에 놓인 여성과 아이, 노인을 응시하란 말이었다.
가만히 들여다 보기만 해도 위로를 받는다. 비단 남녀구분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개발과 탐욕에 눈이 먼 뭇남자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응시’일 수도 있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시선결핍’이랄까.
임씨 역시 이번 ‘유권자에게 듣는다’에서 만나본 모든 이들처럼 “선거에 기대않는다”는 말을 했다. 부안사람들이 유독 독립심이 강해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민선3기를 거치며 먼지처럼 일은 ‘진정한 개발없는 개발’과 ‘책임없는 자유’가 군민의 맘을 헝클었기 때문이리라.
명쾌한 해법이 있을리 없다. 개인의 문제만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임씨의 말마따나 “자기 아이의 교육”을 생각하듯 군정을 하고 의정활동을 하면 될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임씨의 자랑거리가 ‘정답없는 문제의 답’이 될 듯 싶다. “아름다운 부안땅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게 해 준 것이 제 큰 자랑입니다”
새로 뽑힐 일꾼들. 제가 살아오고, 살아갈 이 부안땅을 사랑하는 사람을 뽑으면 반은 성공한 농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