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취나물, 머위 등 맛좋고... 텃밭에 오이, 가지, 호박 등 심으면 좋아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와 농경문화가 발달했습니다. 특히 부안은 너른 들과 산과 바다를 두루 갖춰 농사와 관련된 이야기와 음식문화가 풍부한 곳입니다. 이 꼭지는 농사에 꼭 필요한 24절기를 중심으로 그 달에 속한 절기를 알아보고, 주변에서 쉽게 나는 음식 재료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함께 나누겠습니다.

ⓒ 염기동 기자

5월에는 입하와 소만이 들어 있습니다.

입하(立夏)는 음력 4월 절기로 곡우와 소만 사이에 드는데, 이때부터 여름으로 접어든다고 하며, 입하부터 입추 앞까지를 여름으로 봅니다. 이때가 되면 농사일이 바빠지고, 비닐집에서 키우던 모종들을 밭으로 옮겨 심습니다.

소만(小滿)은 입하와 망종사이에 들며, 음력 4월, 양력으로 5월21일 무렵이 됩니다. 소만이란 작물이 자라서 약간의 곡식이 여무는 때라는 건데, 바로 가을에 심은 밀과 보리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크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이른모도 심지만 보통 소만 무렵에 모내기를 하고, 작물이 잘 크는 만큼 풀매기와 병충해에도 손이 많이 갑니다. 농사일이란 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게 없지만 특히 이때는 한해 먹을 주식인 쌀과, 농산물 중에 목돈이 되는 고추는 씨앗 관리에서 모판 내기까지 손도 많이 가고 신경도 무척 쓰여 이 일을 마치면 일 년 농사 반쯤 끝낸 것 같아 한시름 놓게 됩니다.

이때부턴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텃밭에 심어 요긴한 찬(간식)거리가 될 오이며, 가지, 호박, 토마토, 땅콩, 옥수수, 수박, 참외, 수세미 따위들을 모종을 내서 심거나 씨를 뿌려 돌봅니다. 또 논밭을 오가며 눈독만 들였던 고사리, 취나물도 뜯어 말리고 며칠 새 부쩍 커버려 대궁이가 통통한 머위는 살짝 삶아 껍질을 벗기고 멸치 국물에 들깨가루 풀어 끊이면 깔끔하고 고소한 것이 참 맛이 좋습니다.

필자
또, 봄에 나는 풀들은 거의 먹을 수 있어 연한 잎들을 함께 뜯어 된장에 찍어 먹어도 되고, 살짝 데쳐 나물로 밥상을 풍성하게 합니다. 쑥도 국을 끊이기엔 억새지만 떡이나 음식 재료로 쓰기엔 지금이 양도 많고 캐기도 쉽습니다. 특히 단오(양력 5월31일)쯤에 약성이 좋을 때라 말리거나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 두면 차로 마시고, 쑥 가루로 떡이나 과자 따위 음식재료로 유용하게 쓰입니다.

이렇듯 봄에 나는 모든 것들은 그 맛이나 향이 생명에 기운을 가득 담고 있어 잎이며, 꽃이며, 새싹 모두 훌륭한 보약이며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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