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여류시인으로 알려진 이매창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서림공원에 세워진 시비가 이매창의 시가 아닌 작자미상의 ‘유전시’로 지적됐으나 몇 년째 ‘매창시비’로 그대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을 빚고 있는 매창시비는 1974년 매창기념사업회에서 세운 ‘이화우 흩날일 제’라는 시비에서 100미터쯤 위에 세워진 <백운사>라는 한시가 새겨진 시비이다.

1997년 7월 서림공원 재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부안군이 세운 이 시비는 당시 부안문화원 원장 김민성씨(2004년 작고)의 추천으로 ‘백운사’라는 시를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매창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향토사학자 김형주씨(74)는 부안군청과 지역신문에 여러차례 매창시비의 오류를 지적하고, 이 시비의 개비 또는 철거를 건의했지만 군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엉터리 시비를 세워 서림공원을 찾는 관광객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부안군의 잘못된 행정을 꼬집었다.

김형주씨에 따르면 “‘백운사’라는 한시는 매창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문시집인 <매창집>에는 없는 시일 뿐아니라, 학계에서 논증된 바도 없는 작자미상의 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매창의 문학작품으로 밝혀진 것은 시조로는 규장각본 <가곡원류>, <청구영언>, <여창유취>, <대동풍아> 등에 실려있는 ‘이화우 흩날릴 제’ 한 수와 매창이 죽은지 58년 후인 1668년 부안의 아전을 지내던 이배에 의해 개암사에서 간행한 <매창집>에 수록된 한시 57수 뿐으로, 백운사라는 시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당시 부안군청에서 시비 건립을 맡고 있던 한 관계자는 “군청에서 서림공원에 매창시비를 세울 때 원로시인들에게 물어서 만들었는데, 그 시를 주신 분은 이미 돌아가셨으니 매창시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확인절차를 거쳐서 다시 개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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