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바란다] 노인들에게 듣는다

향토문화노인대학 할머니들. ⓒ 박순신 기자

“달리 원하는 게 뭐 있겠어. 제발 일 잘하고 쌈만 안했으면 좋겠구만” 노인대학에 모인 할머니 대여섯분이 한목소리다.

어떤 사람이 뽑혀야 부안을 위해 좋겠느냐는 말은 실은 우문(愚問)이다. 그러니 할머니들의 이 하나의 목소리는 일갈인 셈이다. ‘어찌 그리 바보같은 질문을 하느냐는, 에끼, 이 현답(賢答)이나 받아 가거라’ 하는 셈이다.

노인을 위한 정책에는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도 어김없이 ‘명명백백’한 답을 내렸다. “노인들 공경해야지. 시골사람들 위할 줄 알고 말이야”

정작 듣고자 하는 말이었다. 변산에서 장을 보고 가던 할아지버지도, 아이들 유모차를 지팡이삼아 길을 걷던 할머니에게도 듣던 말이다. 이심전심으로 모든 선거후보자들도 알고 있을 얘기가 아닌가. ‘노인을 공경하라’.

“27일 노인대학이 열리는 데 모든 면에서 오고 싶어하는 노인들이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한 할머니의 말은 시사하는 게 많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지 오래됐지만 정작 노인들을 위한 적극적 정책은 내세울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용돈지급이나 의료비지원 등에 치중하다보니 그들이 정작 원하는 삶의 질 개선에는 전혀 신경쓰지 못한 현실이 돼 버렸다.

“배우고 싶은게 얼마나 많은데. 노인대학에 학생이 140여명 되는데 부안군 여기저기에서 다 온다구”, “맞아, 맞아”
“일잘하는 사람이 돼야지, 이런다고 되는 것인가 모르지만”
“젊은 일꾼 뽑아야지”, “공약이랍시고 내 놓고 금새 안까먹었으면 좋겠구만”
“이런 이야기 하면 뭐혀, 듣기나 허건디”

지금도 부안읍 향토문화노인대학 할머니들은 모두 우문현답하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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