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 바란다- 편

5·31선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나 못자리 준비를 하는 농민들, 공부하는 학생들 등 누구에게나 그 기대의 높음은 한결같다. 이에 본보는 ‘5·31지방선거에 바란다’를 연재한다. 그 첫번째 순서로 장애인, 농민의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주

“수화통역센터에 오고 싶어도 멀어서 올 수가 없데요” 한국농아협회 부안군지부의 상근자인 김아름(가명,여)씨는 수화통역사 한은혜(29)씨의 손을 빌려 이야기를 했다. 그도 수화통역사이지만 청각장애인인 탓에 동료의 손을 빌려야 했다.

“이번에 군수가 되는 분은 저희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차분히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말을 꺼낸다. 수화통역은 ‘대화의 지연(遲延)’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군수나 의원 누구와도 진지한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청각장애인들은 지체장애인들과 달리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수화를 하지 못하면 대화가 힘들지요. 수화를 배우고 싶어도 수화통역센터가 멀어서, 오고 가는게 힘들어서 배울 수 없는 실정이예요. 따라서 저희 협회에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취미, 부업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 테니 물적·정신적 관심과 도움을 주실 분이 당선되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바램도 비장애인과 별반 다를 게 없다. 350명으로 추산되는 우리 군의 청각장애인 대부분이 후천적으로 생긴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예방이나, 그들의 대화수단을 마련해 주는 것을 도와 달라는 것일 뿐이다. 비장애인들이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우리를 위한 일을 해달라는 이야기와 무엇이 다른가. 그들의 긴급한 통신수단인 화상전화의 예만 보더라도 3만원 가량 하는 인터넷 사용요금이 없어 이용할 수 없는 처지가 대부분이란다.

오는 28일 개장하는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춘섭 관장. 그는 “장애인을 친구,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도록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수화통역센터의 실무자들과 한목소리다. 그는 또 “행정가나 입법가들이 장애인과 그들이 속한 협회 등,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자 노력해야 하고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진초등학교에서 특수반을 가르치고 있는 김혜영선생은 새로 선출된 군수와 의원들에게 구체적인 정책을 요구했다. 여자중학교에 장애인학생을 위한 특수반이 없어 많은 아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졸업생중 한명은 일반중학교를 다니다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고, 한명은 학업수준이 현저히 낮은 학생들이 진학하는 전주의 특수학교에 진학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들이 모두 바라는 기초단체장과 의원의 자격은 별게 아니다. ‘장애인과 소통’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그들을 위한 진정한 봉사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장애인과 사회복지관련 실무자의 목소리에는 이번 선거에서는 기필코 ‘진정한 봉사자’를 뽑겠다는 다부진 각오가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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