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다공동체 변산초 급식에 유기농쌀 지원 ‘화제’

변산초등학교 학생들의 점심시간. 학생들이 밥보다 맛있는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밥을 먹다보면, 한껏 퍼놓은 밥도 금세 사라진다. ⓒ 박순신 기자

‘밥 맛있어요’
변산초등학교 아이들의 숟가락질은 보니 삽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씩씩하고 듬직한 움직임이다. 어른들의 그것마냥 푹푹 퍼서 잘도 먹는다. 자신들이 먹고 있는 이 밥이 변산의 어머니, 아버지가 정성을 다해 키운 유기농쌀이란 것을 아는 것처럼.

변산산들바다공동체(회장 이백연)가 변산초등학교(교장 박종호) 유기농쌀급식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 화제다. 산들바다공동체내에 현재 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가진 ‘학부모회’는 지난달부터 변산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 변산서중학교 급식에 필요한 유기농쌀을 시중에 유통중인 일반미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단법인 한살림이 급식용 유기농쌀을 변산초등학교에 일반미가격으로 공급하고 그 차액만큼을 산들바다공동체안의 학부모회가 한살림에 지불하는 것이다.
이들이 유기농쌀을 학교에 싸게 공급하는 이유는 단하나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밥을 먹이겠다’는 것.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키운 우리 쌀을 먹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게 어디있겠느냐’ 하는 게 그들의 이유다.

변산초등학교가 지금까지 급식용으로 구입하고 있던 쌀은 일반 농협에서 살 수 있는 80kg 한 가마에 16만원짜리 일반미였다. 그러나 현재 한살림이 학교에 공급하는 유기농쌀 한 가마는 29만8천원으로 한가마당 13만8천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이 부족한 돈을 공동체내 학부모회 열가정이 지난해 모은 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이 올 한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자그마치 993만6천원이나 된다. 학부모회는 자신들이 수확한 쌀을 직접 공급하면 그 부담이 줄어들지나 않을까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신선하고 질 좋은 쌀을 연중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살림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살림 측도 이들의 이런 노력에 호응하기 위해 기꺼이 찬조에 나서 공동체가 부담해야 할 993만원의 반액에 가까운 470여 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살림 덕에 학부모회는 520만원을 가지고 유기농쌀을 1년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학부모회를 맡고 있는 이영(41·변산면 지서리)씨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를 모으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일곱 가구가 70만원씩 걷었고, 세 가구는 일정액을 찬조했습니다. 어렵게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밥을 먹이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인 탓에 어렵지 않게 경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씨는 ‘급식조례’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군과 지역사회에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남제주권은 2007년부터 전 유치원과 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으로 지원한다는 곳도 있는데 부안은 그 누구도 급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안교육청이 산들바다공동체의 이런 노력을 ‘급식우수사례’로 발굴해 발표한 것은 그의 말마따나 매우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학부모가 자신의 돈으로 직접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챙기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닌 사례인 탓이다.

어찌보면 뜻밖의 행운을 안게 된 변산초등학교의 박종호 교장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좋은 미담”이라며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급식이라 행정적으로 학교가 나서 도울 수 있는 길이 없지만 이들의 좋은 뜻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안을 비롯해 지역사회에서 급식조례나 학교 급식에서의 우리 농산물에 대한 논의가 시들해진 것은 지난해 대법원의 ‘전라북도학교급식조례재의결무효확인’ 판결이 난 이후부터다.

‘우리 농산물 사용, 급식업체 직영전환, 무상급식 확대’의 내용을 담고 있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1년 가까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급식운동본부는 급식은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즉 학교급식을 교육과정의 하나로 취급해 학생자치와 교육자치, 바른 먹을거리 운동 등으로 확대발전시켜 사회운동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들바다공동체의 유기농쌀공급이 바른 먹을거리 운동에 해당된다. 이는 일부 학부모들의 희생이나 노력만으로 이뤄져선 안된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학교급식에서 식중독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불량식품이 공공연하게 아이들에게 급식되는 현실에서 내고장 아이들에게 좋은 쌀로 지은 밥을 먹이겠다는 ‘변산산들바다공동체’ 식구들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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