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이전에 사과부터 하라”

한수원 부안사무소가 철수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지역주민들은 대부분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며 “빨리 철수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또한 “백지화 선언이 없으면 철수하더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대다수 주민들의 심경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말 부안에 사무소를 개설한 한수원은 부안지역 출신의 직원들을 모집해 대덕견학을 주도하고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해 주민들을 회유하는 등 사전작업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김정열씨는 “이웃집 동생이 한수원 직원으로 뽑혀 얼마전 영광으로 발령받았다”면서 “한수원이 주민들 갈등은 물론, 가족간에도 반핵과 찬핵으로 갈라놨다”며 “철수를 하더라도 도의적인 부분에서 사과는 반드시 하고 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읍내 상가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1년간 고통을 당하면서 부안의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며 그냥 발을 뺄 게 아니라 최소한의 보상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철수에 대한 주민들의 해석은 “백지화 수순을 밟는 것”이지만 “확실한 백지화 선언이 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부안읍 의용소방대 김법준씨는 “게임은 끝났다. 지금까지 한수원이 철수하고 남아있는 것은 김종규나 강현욱 등 정치인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격포대책위 정해수씨는 “한수원이 어제부터 대덕견학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봐서 그런 움직임은 있지만, 정부에서 뚜렷한 발표를 하지않고 있으니까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안읍의 한 주부는 “주민들은 확실한 백지화 선언을 바라고 있다. 백지화 선언이 없으면 한수원이 철수하더라도 마음은 찝찝하고 불안감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명시적인 ‘백지화’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핵폐기장 부지로 선정된 바 있는 위도의 경우는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도대책위 서봉설씨는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위도주민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빨리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눠져 있는 상황이지만 찬성측 몇몇 주동자들이 한수원의 돈을 받고 한 일이라는 것을 많이들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달 금강기획이 작성한 V2프로젝트가 드러나면서 주민들은 한수원이라는 국가조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라고 말하고 있다. 변산에서 농협에 근무하는 이경미씨는 “국가의 중요한 조직인데, 비상식적으로 조직이 움직인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 모순의 단면 같다. 한수원이 변해야 정책들이 변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산대책위 김영표씨는 “한수원을 공기업 수준으로 봐서는 안된다. 국가권력의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으면서, 에너지정책을 선점하고 있다. 그들의 안하무인식 운영은 핵마피아라고 해도 무방하다”면서 “철수하기 전에 항의방문을 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