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 존중이 지속가능 발전

새만금간척사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관련 엘리트들이 국익이나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워 왔으며, 막상 지역민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국가는 국가 우선주의적 가치를 창조하면서 반강제적으로 국민들을 통제해 왔다. 새만금사업의 경우도 국책사업으로써 국가가 국익을 앞세우면 이견을 내세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새만금사업이 지역의 어민들에게 준 영향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이들의 생활근거지를 빼앗아간 것이다. 방조제 공사가 진척되어 갈수록 이 지역의 생태계에서는 예측하기 힘든 변화가 일어났다. 해수의 유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자, 어족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패류들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비정상적인 서식을 하여서 수십 년 동안 어업에 종사해온 어민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민들은 생존에 위협을 느끼게 되자 어민사회와 문화의 보존을 위해서 과거를 새롭게 보기 시작하였다. 또 갯벌과 바다와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새만금사업 이래로 어민들은 타 지역이나 타 직종으로 바꿀 생각은커녕 오히려 어업과 마을사회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조상 대대로 고기잡고’ ‘바다를 파먹고’ 산 어부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다른 것으로 쉽게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갑자기 나오게 된 환경문제도 이들에게는 새삼스럽게 느낄 때가 많다. 바닷물의 유통이 되지 않자 해안 생태계가 변화하기 시작하고 또 갯벌이 점점 더 오염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환경자체 보다는 사람들의 생존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새만금사업으로 시작된 새로운 생태적, 정치적 환경에 도전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새만금간척사업은 지역의 어민들에게는 불가항력으로 다가온 재난과 같은 것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의 주체들이 주목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일은 지역민들의 삶이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또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여러 층위의 집단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일도 중요하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서 대안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간척이나 개발을 둘러싼 문화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선결과제라는 뜻이다. 특히 지역민들이 지니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파괴하지 않고 지역의 여건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표류하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고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누대에 걸쳐서 생활하여온 바다와 그들의 생활방식, 가치관을 한꺼번에 버리거나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개발방향이 아님을 인식할 때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룩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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