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대형사업 ‘치중’...교육·보건 등 복지 ‘외면’건설공사 위주 군책사업 공과 가려야...주민들 ‘삶의 질’ 높일 정책제시 필요

“지방 군정에도 ‘정치’가 도입됐다.”

이는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와 동시에 민선군수가 탄생하면서 생긴 평가다. 그 뒤 유권자들은 11년동안 세 명의 군수를 거쳐왔다. 신분이 과거 내무부 임명직에서 군민 선출직으로 바뀌자 군수는 ‘현실정치’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뽑혀야만 군수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자 재선이 현직 군수의 최대목표로 자리잡은 것은 당연지사.

그에 따라 행정에도 ‘서비스’ 개념이 도입돼 종전의 ‘관’이라는 문턱이 최소한 외형상으로는 낮아졌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민원인 접촉 부서 공무원들의 친절도가 높아졌다든가 행정 절차가 간소화 된 점 등이 비근한 예로 꼽혀진다.

하지만 표심을 잡기 위해 군수들의 관심사가 주로 외관상 눈길을 끄는 대형사업에 치중된다는 부정적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수백억대의 대규모 토건사업들이 주요 군책사업으로 잡혀예산배정 우선 순위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강수원-최규환-김종규로 이어진 민선군수체제 11년 동안 예산 규모나 중요도 면에서 군책사업으로 꼽힐 만한 것은 산업순환도로, 공설운동장, 예술회관, 상수도 시설, 영상테마파크, 바둑공원, 청자전시관 등이다.

사업목적이 다른 이들 주요 군책사업들을 한 데 몰아 평가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수백억대 규모의 예산이 들어간 것, 대형 건설공사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 등이 공통점으로 돋보인다. 군수들은 눈에 잘 띤다는 이유 말고 왜 대규모 토건사업을 선호해 왔을까?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 영상테마파크, 청자전시관, 스포츠파크. ⓒ 염기동 기자

군수들이 사업 인·허가권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대시켜 재선에 활용하려들기 때문이라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그러다보니 무책임 행정도 다반사다. 공사기간이나 공사비용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벌여놓고 보는 식의 군정 관행이 생기게 됐다. 차기 군수는 벌여 놓은 사업을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해야 되고 실제 필요한 사업은 할 수 없게 돼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대규모 토건사업들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그것이 다수 주민들의 삶과 어떤 구체적 연관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군정이 외형 위주 사업에 치중해 교육, 보건 등 복지 문제는 자연스레 뒤로 밀려왔다는 게 총평이다.

대규모 토건사업은 대부분 환경파괴와도 직결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최근 군청의 산지전용 허가로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궁항 이순신 세트장 일대가 일례로 지적된다.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 종전의 군정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바탕으로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최종적으로는 유권자의 몫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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