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권한 ‘막강’…행정 난맥 ‘심각’예산편성권·인사권 등 가져 독선·비리 온상될 수도

지난 2월 감사원이 발표한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 종합감사 결과는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민선자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각종 부정·부당 사례 얼룩진 민선자치

18명의 기초단체장이 주의조치를 받았고, 공무원 26명이 검찰에 고발되는 등 모두 747건의 부정·부당사례가 적발됐다. 특히 중점적으로 지적받은 사항은 사업타당성을 외면한 무리한 개발사업 추진, 예산의 무분별한 사용, 줄세우기식 인사와 토착세력과 연계한 비리 등이다.

또 민선자치 이후 총 8명의 광역·기초단체장이 임기중 도중하차하고, 161명이 선거법 위반, 뇌물수수, 횡령 등으로 사법처리된 현실은 관선시대 이후 고착화된 부정비리가 지방정부 혹은 기초단체장의 권한이 강화되며 더욱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신환철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선자치 이후 예산참여제, 주민소송제 등 주민들의 의견이 직접 행정에 반영될 수 있게 된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자치단체의 책무가 커지는데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방종과 행정의 난맥상에 빠지는 오류가 발생한다”며 “제도도 의미있지만 단체장이 어떤 생각을 갖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체장의 막대한 권한…독선과 비리 온상 될 수 있어

그렇다면 민선자치시대 이후 기초단체장이 갖는 가장 큰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관련 전문가들은 예산편성권과 인사권을 꼽는다.

사회복지, 도로확장, 각종 개발사업 등 내가 낸 세금의 절반 이상이 기초자치단체, 즉 시·군의 예산으로 편성되고 어떤 분야에 좀 더 많이 투여될 것인가가 단체장에 의해 결정된다. 예산의 최종결정권은 의회에 있지만 단체장이 예산에 앞서 한해 사업의 틀을 짜고 이를 승인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비중은 단체장에게 기울어 있는 게 현실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피해나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주민 불편 등, 단체장의 사인 하나로 그 책임은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또 인사권의 경우, 부안군에서는 지방행정을 총괄하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800명에 이르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 권한을 군수가 갖게 된다.

예산편성과 인사에 대한 권한은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단체장 비리의 온상이 될 소지도 농후하다.

이번 감사에서 무더기로 발각된 부당 수의계약(일정액 이하의 관도급 공사에 대해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고 계약) 사례는 건설업계와 단체장 및 공무원들의 유착관계를 드러내준다. 또 매번 정기 인사 때마다 각 지자체에서 ‘줄세우기식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터져 나오는 것도 단체장이 얼마나 인사권을 바람직하게 행하고 있는가를 반증한다.

이밖에도 각종 조례제정, 의회 의결의안 발의권과 재의요구권, 선결처분권(긴박한 사안에 대해 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결정하는 권한) 등 지역의 향방에 대한 정책적 결정에 있어 단체장의 권한은 실로 막대하다.

단체장 선거가 지역 미래의 실질적 좌표

그러나 단체장의 권한이 강화된 반면,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제도는 아직 미비하거나 이름만 있을 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시는 해도 행정처벌 권한이 없는 의회의 한계, 거기에 주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는 예산참여제, 부당한 행정에 대해 소송을 할 수 있는 주민소송제, 주민감사청구제 등은 단체장의 의지 미비로 실시되지 않거나 절차가 까다로워 실현하기 힘든 실정이다.

결국 견제와 감시도 중요하지만, 단체장을 잘 뽑는 것이 향후 몇 년간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좌표가 되는 것이다. 단체장 선거가 대통령 선거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는 과장된 헛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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