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한 어선들 사이로 보이는 청자한옥정자. 사진 / 김정민 기자

5억8천만 원짜리 청자정자…부안의 테마는 ‘고려시대’
관광안내소로 설치됐으나 누가 찾을까, 현실성은 ‘제로’
군 담당자, 운영과 사후관리 부서 달라…‘핑퐁’ 논란도

부안군이 5억8000만 원(군비 2억9000만 원)을 들여 격포방파제 인근에 세운 ‘청자한옥정자안내소’가 최근 완공됐지만, 이 정자가 왜 지어졌으며 어떤 용도로 세워졌는지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부안군은 계속 이해하기 어려운 활용 방안을 고집하고 있어 정자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청자정자안내소는 한국관광공사가 민선 6기 때인 지난 17년부터 추진한 ‘대한민국테마여행 10선 사업’의 일환으로 격포항 선착장 한가운데 만들어졌다. 부안은 이 사업에서 고려시대를 테마로 연출했는데, 선뜻 이어지지 않는 부안과 고려의 연결고리는 부안에서 고려청자가 만들어졌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에서 찾았다.
부안군은 고려청자를 사용한 관광지를 만드는 방안으로 고려청자 기와를 올린 정자를 짓기로 하고, 입지선정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격포항에 정자를 짓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 단 한 명의 사업 자문위원이 격포항에 와서 “이곳을 둘러보니 여기다 청자기와정자를 세우는 게 맞다고 해서 지금과 같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자 형태가 안내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으나, 부안군은 뜻을 굽히지 않고 청자한옥 정자 안내소를 끝내 완공했다. 하지만 부안군은 결국 이 정자가 관광안내소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는지 “관광객들이 쉬어가는 쉼터이자 안내 기계(키오스크) 설치로 간이 안내소 역할을 하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안내소로써 형태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위치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안내소는 접근성이 좋아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는데, 선착장과 방파제 사이에 있어 관광안내소 입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자 주변에서 만난 변산면 주민 조 아무개 씨는 “채석강 입구에 이미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왜 여기에 또 만드는 건지, 그리고 정자는 어쩌라고 지어 놓은 건지 모르겠다”며 “자기돈 5억 들여서 뭐 한다고 생각해봐라. 누가 이렇게 함부로 쓰겠냐”고 따져 물었다.
정자를 지은 부안군 담당자는 “정자를 그 자리에 짓는 결정은 부안군이 아닌 테마여행 10선을 진행한 부처가 내린 것”이며 “이후 관리·운영의 책임은 다른 팀에 있다”고 발을 뺐다. 그리고 정자를 관광안내소로 운영하고 사후관리를 책임져야 할 부서의 관계자는 정작 정자의 위치나 안내소로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곳곳에서 무책임하고 부실한 모습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격포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박 아무개 씨는 “나는 이런 것이 생기는 줄도 몰랐네”라며 “관광지를 꾸미는 사업에 지역주민들의 요구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뭣이 그렇게 비싸데? 청자 기와는 잘 보이지도 않더만”이라며 혀를 찼다.
부안군은 관광객들이 정자에 설치될 안내 기계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칠 것을 우려해 안내판을 정자 주변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 정자에 쓰인 청자기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소개하는 내용도 함께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뒤늦은 수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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