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학교에 다니세요?’
부안 1호로 스마트 팜을 운영하고 있는 최현진 씨를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이다. 모내기가 끝나고 더위가 한창일 때였으니 아마도 7월 어느 날이었을 듯하다. 당시를 더듬어 보니 그땐 분명히 딸기 끝내고 채소 마이스터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자 채소는 다 배웠고 딴디 관심 있어서 전주에 있는 농수산대학굔가 거기 댕겨…가서 버섯 배워, 버섯”
올해로 64세가 된 최현진 씨에게 붙는 호칭이나 수식어는 ‘학생’ 말고도 여러 가지다.
우선 농부이고 현진이네 딸기 농장주이기도 하다. 년 매출 27억을 달성한 부안딸기작목반 회원이면서 회장직도 맡고 있다. 좀 더 붙이자면 부안 최초의 스마트 팜 운영자이며 대형마트에서 인정하는 생산자에게 주는 파트너라는 호칭도 가지고 있다
3년 전에는 이장과 마을 주민으로 만났지만 이제 이장은 그만뒀다고 하니 호칭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물었다. “아무거나 붙이면 되지”
보안면 우동리가 고향인 최 회장은 어려서부터 농사를 보고 자라왔다. 여러 직장을 다녔지만 농사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개인택시를 할 때부터였다.
“집사람이 재주가 있어서 아주머니 인력모집책을 했거든, 내가 운전수였어”
시골에서 아주머니들 노동력이 필요한 곳은 대부분 밭일이다. 봄이면 각종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고 겨울이면 양파를 심거나 풀을 메는 일들이었지만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농사를 직접 지어보지 않아도 알게 됐다. 덤으로 알게 된 건 무엇이 돈이 되는지였다.
최 회장은 자그마치 10만 평에 고구마를 심어보기도 하고 무나 배추 농사도 했다. 일하는 것에는 겁이 없을 정도로 자신 있었지만, 고생한 것에 비해 소득이 나오지 않은 것을 참아낼 자신은 없었다.
그때부터 고민한 것이 ‘작은 면적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농사가 무엇인가’였다.
“고구마 순 있지, 고구마 모종을 혔어”
10만 평에서 200평짜리 단동 하우스 30동으로 면적은 줄였지만, 여전히 큰 규모에서 고구마 모종, 즉 육묘사업을 시작했다. 나름대로 잘 했으나 장마철에 판매가 지지부진하기도 하고 보관 창고가 없는 등 손익의 진폭이 있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경험도 그렇고……배워야 겠다 싶더라고”
최 회장은 김제 백구에 있는 농업마이스터대학에 문을 두드렸고 이곳에서 2년간 딸기재배 공부에 몰두했다. 딸기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지만, 선진 농가들과 교류를 맺으면서 스마트 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딸기가 면적대비 소득이 높아, 그리고 쓰레기가 없어, 수출할 곳도 많고, 이거다 했지”
최 회장은 딸기가 저장성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한다. 저장성이 있으면 매집 매석하는 중간상만 배 불릴 수 있어 오히려 저장성이 없어야 생물로서 인정도 받고 좋은 제품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딸기를 선별하는 모습.

처음에 스마트 팜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만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약 1,000평에 1억 5천을 넘는 자부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1,500평 규모니 운영비를 포함하면 최소 약 3억 원이 필요했다. 땅은 물론 자기 땅이어야 했고.
“왜 안 망설였것어 근디 자신이 있었어, 만나는 사람마다 글더라고. 그 돈이면 편허게 먹고 살판인디 뭣허게 허냐고”
스마트 팜 딸기는 9월에 모종을 정식 해 11월 말부터 수확에 들어가 다음 해 6월 말까지 무려 7개월 동안 수확이 가능하다. 처음 출하 때는 하루에 200만 원~250만 원씩 매출을 찍었다며 “뭣 떼고 뭣 떼고 다 혀도 1억은 나오더라고, 내가 잘했다 싶었지”
남들이 말하는 ‘뭣허게 허냐’는 질문에 말이 아닌 통장의 잔고로 답한 셈이다.
스마트 팜은 온도나 습도가 자동 제어 될 뿐만 아니라 양액방식으로 재배돼 당도 등 품질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시기에 나오는 단동하우스 딸기와도 경쟁력 차이가 있다고 한다. 과일 공판장에 가면 경매사들이 먼저 알아보고 물량을 늘려달라고 채근할 정도라고 너스레도 떤다.
최 회장은 딸기 모종을 직접 기를 뿐만 아니라 육묘에도 노하우가 있다고 자신한다. 떡잎이 좋아야 열매가 좋듯 좋은 모종에서 건강한 딸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부안에는 최 회장의 1호 딸기 스마트 팜을 시작으로 총 9개의 농가가 있다. 이들을 모아 작목반을 구성해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으며 최 회장이 거래를 튼 대형마트에 납품을 하고 있을 정도로 안정된 수익을 자랑한다.
최 회장은 많은 농가가 스마트 팜 딸기 농장에 도전하길 희망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니 대형마트에서는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부안딸기작목반이 커지면 커질수록 판로가 두터워진다고 말한다.
‘근데 왜 버섯을 배우려고 하세요. 딸기 농장도 잘되고 있는데’라고 물었다.
“버섯이 면적당 수익이 딸기보다 좋아, 그래서 공부하는 거야, 내일 일은 모르니까”
무심한 듯 뱉는 말 속에 성공의 이유가 들어 있다. 늘 공부하고 자신을 습관처럼 다듬는 최현진 회장이야 말로 진정한 스마트 농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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